2002년 월드컵 축구 보조구장으로 강릉종합경기장이 선정됐다. '꿩 대신 닭'이라 했던가. 지난 96년 강원도민이 한 마음으로 월드컵 경기장 후보지로 선정되기 위해 "월드컵 유치 주역이 되자"는 슬로건 아래 본보를 중심으로 '월드컵 유치 염원 예금 갖기 운동'이 전개됐지만 아쉽게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캠패인 전개 수 개월만에 24만 계좌 이상 가입하는 등 강원도민들의 월드컵 축구에 대한 열망을 충분히 보여준 바 있다. 아마도 이번에 강릉종합경기장을 문화관광부가 '월드컵 베이스 캠프'로 확정하고 행정자치부가 특별교부세를 지원하기로 한 것엔 전일 이와 같은 도민들의 결집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아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강릉에서 월드컵 축구 경기가 실제로 열리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보조구장으로확정됨으로써 본경기 개최지로 선정되지 못한 열패감이나 패배의식을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구도 강릉이 세계적 축구축제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게 됐다는 면에서 충족적이지는 못하나마 일말 위안을 삼게 된다.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의 기대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다. 외식 숙박 교통 등 기본적 관광 인프라 확충의 기회를 잡을 수 있고, 또 행자부의 지적대로 지역과 참가국의 자매결연, 지역 스포츠의 발전 등 포괄적 기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다른 나라의 경우 본경기가 열리는 곳보다 오히려 보조구장이 더 많은 경제적 효과를 보았다는 보고도 있다.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외국 선수들이 현지 적응을 위해 수 개월 전에 보조구장을 찾아 전지훈련을 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는 이렇게 찾아온 외국 선수 임원 및 응원 관광객들에게 어떤 감동을 선사할 것이가이다. 말하자면 보조구장으로의 선정을 '꿩 대신 닭'이라 할 때의 그 '닭'은 하기 나름에 따라 '꿩'도 되고 '봉황'도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월드컵은 우리에게 결정론적으로 다가오는 축제가 아니다. 남의 축제, 다른 곳의 잔치가 아니라 바로 강원도의 스포츠 축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베이스 캠프를 양질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행자부의 특별교부세만 바라보지 말고 주도적으로 이 절호의 기회를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가에 전력을 집중할 때라 생각한다. 이 기회에 월드컵을 금강산 관광과 어떻게 연계시킬 것인가, 환동해권 관광벨트화를 어떻게 현실화시키고, 양양국제공항을 어느 공항과 연결할까, 근본적으로 세계인들에게 강원도를 무엇으로 그리고 어떻게 알릴 것인가 등 예견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적절한 답과 대안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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