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천용택(千容宅) 국회 국방위원장의 접경지역 방문엔 특별한 이슈가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연청도지부가 초청해 접경지역에서 개최한 정당행사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철원 화천 양구 인제 등 접경지 4개 지자체가 내놓은 지역현안, 건의 등 이 지역 현장의 소리는 그의 권한 밖까지 넘나들었다. 예를 들면 지역의 최대 현안이 되고 있는 밤성골의 양구댐 반대에 관한 문제다. 千위원장과 무관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민들은 다만 그 댐이 국방부가 통제하는 영역 내에 건설된다는 이유만을 들어 집요하게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결국 "건교부 담당 국장을 만나 직접 얘기해보겠다"는 약속을 얻어냈다. 千위원장은 물론이고 수행한 관련인사, 정당인들이 똑같이 "접경지 민원이 만만치 않다"고 느꼈을 것이다.

접경지역 철원 화천 양구 군수들이 이구동성으로 쏟아놓은 지역현안들도 거의 정부차원에서 손을 대야할 매머드 급이었다. 철원에서는 철원평야 '군사시설보호구역의 재조정'을 요청했으며, 화천에서는 하남면 위라리 '군사시설보호구역 완화'를, 양구에서는 내금강 진입로인 31번국도의 월운∼남방한계선 구간에 대한 조기 확포장을 건의했다. 그리고 인제에서는 현재 통제보호구역으로 묶여있는 평화생명마을 조성지를 제한보호구역으로 완화해 달라고 건의했다. 지자체장들이 건의한 이들 지역현안은 어제오늘 소리쳐 온 것들이 아니다. 그리고 대부분 이들 지자체장들이 선거에서 공약한 약속이었으며, 넓게는 '접경지역의 균형발전'을 강조해 온 국회의원, 더 나아가서는 대통령의 약속이었다. 그리고 내년 지선이나 그후 총선 등에서 또 등장할 메뉴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지금까지 접경지역 현안이 '정책도마'위에서 단 한번도, 있었다 하더라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이번 정당행사의 주최측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이같은 현안폭주를 마치 사람동원을 많이 해놓고 '행사가 잘됐다'고 하는 것처럼, '현안동원'에 성공했다며 일과성으로 지나치지 말기 바란다. 그동안 정책의 뒷전에 서 있었던 접경지역 주민들이 얼마나 '지역균형발전'을 요구해왔으며, 또 얼마나 그 요구가 들어졌는지 되새기는 기회가 되기 바란다. 더욱이 양구에서 간담회 형식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접경지역 주민들이 정치권을 향해 하고 싶은 소리를 한 자리였으며, 한편으로는 정치권은 주민의 소리를 청취한 자리인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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