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바다에서 산란을 하는 뱀장어가 댐으로 바닷길이 겹겹이 막힌 소양호에서 어떻게 잡히겠느냐고 물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래 전부터 새끼 뱀장어를 그 호수에 방류하고 있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 소양호 뱀장어가 '자연산' 취급을 받으며 고가로 팔려나가 지역 어촌계나 낚시꾼을 기쁘게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이런 물고기를 마구잡이로 호수에 넣어도 좋으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내수면 어장'을 가지고 있는 춘천, 화천, 양구, 인제군 등에서 지자체 사업으로 소위 고급 경제 어종인 뱀장어, 쏘가리, 붕어, 참게 등을 경쟁적으로 방류하면서 빚어졌다. 이런 자원증식이 나쁠 리 없다. 그러나 방류량이 너무 많거나, 특정 어종으로 편중돼 호수가 양어장화 될 우려가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제라도 지자체가 공동사업으로 정밀 자원조사를 한 후 방류 어종과 수량을 조정하라"는 전문가의 조언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담수수중생태계는 한 번 무너지면, 회복하기까지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는 좁은 수역에 사는 민물고기의 먹이사슬 관계가 바다고기보다 더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메기·가물치·뱀장어 등은 잉어·밀어·붕어·피라미 등 작은 물고기들을 잡아먹는다. 그리고 잉어는 쨈물우렁·줄새우·곤충 따위를 잡아먹고, 붕어와 피라미들은 곤충이나 동·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고산다. 그러나 그런 원리는 ‘자연 그대로'였을 때다. 생태 계열이 다른 물고기를 방류하거나 특정 어종의 숫자를 인위적으로 늘려놨을 때 먹이사슬이 헝클어져 다시 안정된 생태계로 돌아가기까지는 사람은 사람대로 호수는 호수대로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미 전국의 강·호수가 블루길, 배스 등 외래어종을 토종물고기와 섞어 놓았다가 낭패를 당한 경험을 모두 알고 있다. 특히 소양호, 파로호는 이들 외래 어종 방류의 '원조'이었을 뿐 아니라 가두리 양식장으로 인한 부영양화 현상을 겪었다. 마치 내수면 연구의 실습장이 되다시피 하면서 모든 시련을 겪어 낸 경험을 중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미 이스라엘 잉어가 안 잡히는 등 낚시가 안 된다는 소리를 듣는 대신, 호수가 맑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맑은 호수를 갖기 위해 돈벌이가 되던 가두리 양식 등을 포기했던 만큼, 이젠 맑은 물의 가치를 더 높이고 이를 지켜 자원화 하는 데 유역 지자체의 역량이 더 모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위해서는 안정된 호수생태계를 유지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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