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열 영동본부 취재부국장

 '선택 5·31'은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도내만 보더라도 도지사를 포함 시장·군수 단체장 19석이 모두 한나라당 소속 당선자들 차지가 됐고, 도의원도 비례대표를 포함해 전체 40석 중 36석을 한나라당이 휩쓸었다.
 도내 전체적으로 169명을 뽑은 시·군 기초의원도 67% 113명이 한나라당이다. 이정도면 '싹쓸이'라는 표현을 한다고 해도 누가 탓할 사람도 없다. 지난 31일 밤 개표 상황을 중계하던 한 TV 방송 진행자는 수도권 기초단체장 유력 당선자를 소개하면서 "굳이 당 이름을 언급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튿날 전국의 도하 각 신문에는 '충격', '지각변동' 등의 제목이 앞다퉈 실렸고, 일부 신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선거 결과가 나타났다"는 표현도 등장했다.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강릉에서도 시장과 도의원(3석)은 모두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됐고, 시의원 18명도 열린우리당 1명, 무소속 3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14명이 모두 한나라당이다.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 변수'가 있었다고 해도 결과론적으로 본다면 "부패한 지방 권력을 교체해달라"는 열린우리당의 호소는 무색하리만치 외면당했고, "실패한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유권자들이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한나라당 1번으로 인식된 기호 '2-가' 후보들의 경우 거의 대부분 1위를 차지, 당선의 보증수표가 됐고 강릉에서 당선된 무소속 후보 3명은 2∼4선을 바라보는 중진들이었지만,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숨막히는 접전끝에 겨우 턱걸이 당선을 할 정도였으니 토네이도급 한나라당 돌풍을 실감할 만하다.
 이제 선거가 끝났다. 오는 7월 민선 4기를 열 자치단체장들이 취임하고 도와 시·군의 의회가 새로 출범할 때까지 신문·방송은 당선자들에 대한 새로운 기대와 과제를 토해낼 것이 분명하다.
 여기서 향후 지방정부의 책임 소재를 미리 한번 따져보자. 이번 선거는 민생 현장을 지키는 시·군의 기초의원들까지 정당 공천제로 치러진 정당 중심 선거였다. 바꿔말하면 방방곡곡 마을마다 여·야가 정당 이름을 건 후보를 내고 격돌한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스스로도 놀랄 정도의 압승을 거둬 독주 체제를 갖춘 것이다.
 이제 지방의 여당은 누가뭐래도 한나라당이다. 이것은 당선자나 정당에게 전율할만한 변화다. 유권자들은 선택하고 지지하지만, 비판에서도 매섭다. 지금까지는 자치단체나 단체장이 욕을 먹는 일은 많아도 특정 정당에게 지방의 책임을 묻는 일은 드물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지방 경영에서도 정당을 비판과 지지의 중심으로 끌어 들였다. 국가가 기대만큼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정부 여당, 즉 정권이 신랄한 비판의 도마에 오르듯 지방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으면 앞으로 비판의 화살은 지방의 여당인 한나라당을 겨냥하게 된다는 것이다.
 책임을 덜어내려 해도 자치단체와 견제 세력인 의회를 독차지한 규모가 너무 크다. 힘 없는 야당이라서 어렵다는 것도 이제는 안 통한다. 1위(한나라당·1009만표)와 2위(열린우리당·406만표)의 격차가 3·15 부정선거 이후 역대 최고라는 603만표에 달하고, 수도권인 서울·경기부터 온 나라의 지방정권이 대부분 너나없이 야당이니 지방정부간 경쟁 등식에서도 우열이 없다.
 한나라당이 최근 개최한 한 세미나 초청장에는 "지금 필요한 것은 샴페인이 아니라 회초리"라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그 회초리가 "이제는 한나라당이 책임질 차례"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을 당선자들이 읽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권자들은 다음에 회초리가 아니라 뭇매를 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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