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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치의 일당독재

송정록 서울본부 정치부장

2006년 06월 12일 월요일
 새로운 민선시대를 맞는 준비가 한창이다. 5·31 지방선거는 여야 정치권에 커다란 변화를 낳았고 현재 진행형으로 그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들어 모처럼 강원도 출신인사들과 광화문에서 만나 지방선거를 복기할 일이 있었다. 각자 다른 영역에서 활동한 이들은 이번 지방선거에 대해 담담하지만 우려섞인 반응들을 내놓았다. 대전지역을 취재했던 전국지의 한 기자는 "대전에 취재지원차 가보니 노무현 대통령을 대통령님은 고사하고 대통령이라는 호칭조차 붙이는 유권자들을 찾아볼 수 없어 대전도 끝났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노 대통령에 대한 지역의 반발분위기를 소개했다.
 시민운동하는 한 인사는 "동네 노인들하고 투표하러가면서 몇 몇 분들한테 물어보니 이번엔 무조건 열린우리당을 혼내줘야하기 때문에 한나라당을 찍어야한다고 하더라"라고 말하며 노인층들의 목적의식적인 투표행위에 놀라기도 했다. 또 다른 한 인사는 "여섯번을 기표하는데 그렇게 빨리하고 나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마치 답안지를 보고 찍는 것 같더라"고 묻지마식 투표에 놀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모든 말들을 종합하면 이번 선거는 일당 중심의 일방적인 선거로 흘러갔고 그 배경에는 역시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이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여야정치권은 물론 대다수 정치전문가들도 동의하고 있다. 따라서 일방적인 몰표와 광풍에 가까운 투표행위에 놀랄 것도 없다.
 그러나 5·31지방선거가 정치권에는 새로운 희망과 변화의 가능성을 던져주었는 지는 몰라도 그 결과를 떠안아야하는 지역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정권심판론 속에 묻지마 투표가 진행되다보니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주 한나라당이 개최한 당선자 대회에서 당소속 시도지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정권창출에 적극나서겠다"고 약속했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모든 정당들은 지방선거 공천에 앞서 일관되게 당의 충성도를 제일 조건으로 제시했다. 지방선거에 나서는 이들은 지위고하를 떠나 예외없이 당의 정권창출에 앞장선다는 맹세를 해야만 했다.
 그 결과 여야 정당들은 도지사에서 기초의원까지 서열화, 계층화를 손쉽게 완성했다. 정치권은 비용이 많이 드는 지구당을 없앤 대신 손도 안대고 지방의회를 지구당으로 편입하는 성과를 얻어냈다. 문제는 지구당은 정당이 비용을 대지만 지방의회는 지역주민이 비용을 대야한다는 점이다.
 도내 일부에서는 지역의 최대 현안 해결에 앞장섰다가 공천탈락은 물론 낙선으로 이어졌다며 불평을 토로하는 지역도 있다. 당소속 국회의원들의 눈 밖에 난 결과 전형적인 괘씸죄에 걸렸다는 것이 이들의 항변이다. 물론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당 뒤에 숨어 지역현안을 뒤로한 이들이 지방자치에 버젓이 이름을 올렸다면 지방자치의 미래는 암울하다.
 중학교 시절 답안지를 사선으로 표시하는 것도 귀찮아 20∼30문항에 가까운 답안지를 자를 대고 일자로 죽죽 긋던 친구들이 있었다. 과목 선생님들은 이들을 불러 크게 혼냈다. 요즘 말로 하면 교권에 대한 도전이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나름대로의 저항이었다고 위안을 삼았다.
 그러나 시험답안지는 선생님한테 불려 혼나기라도 한다지만 투표를 그렇게 했다면 그 책임은 누가지는가. 17대 국회가 중반을 넘어서지만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대통령 탄핵국면에 검증되지 않은 이들이 너무 많이 들어왔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도 그런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묻지마 결과를 4년간 떠안아야하는 주민들로서는 오는 7월이 그렇게 마음 편하지 않다. 송정록 jrso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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