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강원도를 '미래의 땅'으로 부른 적이 있었다. 중앙정부가 낙후지역 강원도의 자연환경과 자연자원의 소중한 가치를 일컬으며 '보존'에만 무게를 실은 말이었다. 그런 인식의 연장에서 심지어 '강원도는 개발하지 않는 것 자체가 가치'라는 정치권 인사의 궤변도 나왔었다. 90년대 초에는 국토개발 종합 계획을 세우면서 강원도를 '국민휴양지'라는 미명으로 개발권역에서 제외하는 '강원도 방치' 정책까지 나왔었다. 낙후지역 강원도와 도민들의 소외감은 그래서 점점 깊어졌다.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중앙정부의 강원도에 대한 관심과 시각이 다소 바뀐 것은 사실이다. 강원도 현안에 대한 배려도 역대 정권에 비해 두드러진 것 역시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랜 세월 소외의 그늘에서 축적된 낙후성이 짧은 기간에 개선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강원도는 아직도 변경의 취급을 받고 있다. 광역단체중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과소지역이 지닌 정치적 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현안만 쌓여가고 지역주민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멀고 먼 강원도'가 된 것은 타지역에 비해 접근성이 낮기 때문이다.

영동고속도로 4차선 확장과 중앙고속도로의 부분개통으로 강원도의 접근성이 개선되고 있지만 수도권을 비롯한 영호남지역에 비하면 강원도의 교통망은 여전히 낙후된 상황이다. 영동과 영서를 잇는 교통망은 단 한 개의 고속도로와 꼬불꼬불한 산간 국도 그리고 단선 철도가 전부다.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내건 동서고속철도는 20년이 넘는 세월을 공약(空約)으로 머물러 있고 강원북부 지역 동서를 연결하는 동서고속도로 역시 제자리 걸음이다. 원주~강릉 철도 건설도 동해북부선 철도 연결사업도 지역주민의 기대만 부풀린 채 진전이 없다. 중앙고속도로의 철원 연장 건설사업 역시 경제성만 따지는 관계부처의 속성 때문에 '계속 검토중'이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래의 땅' ' 약속의 땅'으로 일컬어지던 강원도는 '기회의 땅'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내륙 탄전지역이 고원관광 휴양지로 변신하고 접경지역이 남북교류의 장으로 떠올랐다. 금강산 설악산 연계개발의 기대가 동해안 북부 지역을 희망에 부풀게 하고 주5일 근무제 도입은 '한국관광 1번지 강원도'의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기대치가 높아졌다. 하지만 그런 기대와 희망이 실현되기 위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현안이 '멀고 먼 강원도'를 '가까운 강원도'로 바꾸는 교통망의 확충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강원도의 접근성이 개선되지 않는 한 '기회의 땅'에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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