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사정을 살피면 이해할 일면이 없지 않음에도 지금 우리는 거의 매일 시위로 날을 지새우는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속에 살고 있어 우려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하루가 멀다 않게 개인 또는 집단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시위를 계속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과연 우리 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갈까 하는 걱정도 들고, 또 우리는 혹 정말 화해 능력이 부족하여 전근대적 사회를 못 벗어나는 게 아닌가 하는 회의감마저 일어난다.

물론 시위라 하여 다 부정적으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요즘 벌어지고 있는 도내의 몇몇 시위를 살펴볼 때 그런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춘천이나 원주에서 미군부대 이전 및 기름 유출 문제로 시위를 벌이거나, 양구군 방산면 밤성골 댐 건설 문제로 군민 모두가 총궐기에 나선다든가 하는 것이 그러하다. 개인적 이기(利己)나 어느 일개 집단의 '님비'적 요구가 아닌 한, 시위한다 하여 반드시 지탄받을 일도, 척결돼야 할 사회의 병증도 아닐 것이다. 오히려 평화적 시위는 정당한 권리나 주장을 천명하는 불가결한 표현 방식 중 하나일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일부 상황은 별로 바람직하게 보이지 않는다. 올 7월 말 현재 도내에서 총 297 건의 시위가 발생했는데, 이것은 전년 같은 기간의 그것보다 30%나 증가한 수치라는 것이다. 대부분이 민원성이고 님비적 요소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더구나 이런 시위의 급증이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염두에 둔 "지금이 기회다"는 분위기에 편승한 일면도 없지 않을 것이란 비판도 있고 보면 이를 정도(正道)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취약한 시기를 틈타 공공사회에 노골적인 공격을 감행하는 반사회적 행위로 지탄받을 염려도 있다.

사회 구조가 복잡다기해지고 사람 사이, 집단 사이에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공동선을 취해야 하는 공동체에서 대화와 토론과 이해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보다는 실력행사를 하고 보자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음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회적 원로가 없고 조율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는다면 문제다. 억울한 피해, 반사회적 일이 자행된 경우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의 권익 유지를 위해 마땅한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일지라도 당사자들 간에 화해로 해결해야지 이렇게 매일 한 건 이상씩 '시위의 홍수'로 날을 보내서야 우리 사회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지 않겠는가. 누군가 중간에 서서 대화하고 화해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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