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석 본사 상무 지방분권국민운동 대변인

 저서마다 자신이 스위스의 ‘제네바 시민’임을 자랑스럽게 밝혔던 루소는 1761년 「사회계약론」에서 수도기능을 한 곳에 모으지 말고 각 도시로 옮겨가면서 순번대로 맡기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도시의 성벽은 농가를 헐어부순 잔해에 의해 쌓여진 것임을 알아야 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국토의 인구분포를 고르게 하고 각 지방에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여 어디서나 골고루 잘 살도록 해야 국가가 부강해진다는 것이다. 물론 스위스는 수도를 도시마다 번갈아가며 바꾸지는 않는다. 그러나 수도의 기능을 베른 한 곳에만 집중시키지 않았다.
 연방 법원은 로잔에, 연방 보험법원은 루체른에, 연방 중앙은행과 국립공과대학은 취리히에 각각 두었다. 외교수도는 제네바이다. 경제 수도는 연방 중앙은행과 경제기능이 집중된 취리히이다.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도 수도 베른이 아니다. 수도 베른의 인구는 12만9천 명으로 4위이다. 인구 10만 명이 넘는 도시는 취리히 바젤 제네바 베른 로잔 등 5개 도시뿐이다.
 이들 다섯 도시의 인구합계는 93만5천명으로 스위스 총인구의 13%에 불과하며, 74%가 인구 2만 미만의 지역에 산다.
 스위스는‘삶의 질’ 뿐 아니라 소득수준도 세계 수위이다. 2003년 스위스의 1인당 국민소득은 4만7000 달러였다. 미국의 3만7000 달러, 일본의 3만4000 달러보다 훨씬 높았다. 같은 해 우리나라는 1만2700 달러였다.
 지방분권의 역사 속에 지역균형발전이 잘 이뤄진 스위스의 사례가 우리와 같을 순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계에서 가장 살고 싶은 부자나라 스위스의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사례를 본받지 않고는 선진국의 대열에 들 수 없다는 점이다.
 선진국들은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이 잘 돼있는 나라들이어서 수도권의 경쟁력만을 국가의 경쟁력으로치지 않는다. 지방에 산재한 많은 산업 수도(Industrial Capital)들이 국가의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포츈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의 본사입지를 살펴보면 미국이 30곳, 일본 15곳, 독일 17곳, 프랑스 11곳, 영국 13곳, 중국 6곳이다. 우리나라는 수도권 1곳에만 몰려있다.
 그뿐인가. 중앙행정기관의 84%, 100대 기업 본사의 91%, 은행예금과 대출액의 65%, 벤처기업의 77%, 정보통신 생산액의 98%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1960년 대초 28%였던 수도권 인구집중률은 지금 48%로 높아졌다. 국민의 절반이 11.8%밖에 안 되는 수도권에 몰려있어 수도권 인구집중률이 세계 1위이다. 도시화속도 역시 세계 1위이다. 그래서 얻은 결과가 수도권의 경쟁력 하락, 지방의 궤멸, 국가의 경쟁력 하락이다.
 지금 선진국들은 '분권-분산'을 가속화시켜 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엉뚱하게 「대 수도권론」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정부가 공장 총량제, 대학정원억제 등을 골간으로 수도권규제정책을 펴왔는데도 매년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인구가 30여만 명에 이르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채 새로 선출된 수도권단체장들은 수도권규제를 ‘완화’도 아니고 '철폐’하겠다고 한다.
 지방민의 절규로 이뤄낸 「지방 살리기 3대 특별법」이 가시화되기도 전에 수도권 규제가 풀리면 행정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건설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기업유치는커녕 있는 기업마저 수도권으로 옮겨갈 판이다. 머리가 크고 좋다 해서 팔 다리 없이 살 수는 없다. 국·영·수 만 잘해서 성적을 올릴 수는 없다. 수도권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일 수는 더 더욱 없다. 가뜩이나 「수도권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들어온 터에 아예 「대 수도권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기막히다.
 수도권단체장들이 부르짖는 「대 수도권론」이 「지방 붕괴론」으로 이어진다는 분명한 사실을 지방민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힘을 합쳐 저지해야한다.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아서는 안된다. 그래야 지방이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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