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가 주 5일 근무시대를 앞두고 농촌지역을 '강원도형 그린 체험농업'으로 지대화 한다는 새롭고 독창적인 관광모델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전혀 '새롭고 독창적이지 않다'는 사실에서 그 해법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이미 이런 체험형 관광은 초등학교 교과서 '농촌체험'단원에도 나오고 있을 뿐 아니라, 이미 패키지 여행상품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거기다 지자체 농촌마을 도시단체 등이 참여하는 도시·농촌교류추진협의회를 발족하고 그린투어리즘 붐을 조성하겠다는 정부계획에 따라 전국의 지자체가 너도나도 '체험농업' 을 화두로 삼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 농촌이 모두 체험농업 관광지로 변해 어딜 가도 '그게 그거'라면, '강원도는 전혀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승부수임은 두 말 할 것도 없다.

이 때문에 道의 이번 사업은 강원도의 정체성이 뚜렷하게 강조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도의 '그린체험농업'사업계획은 우선 내년에 44개소에 친환경농업 체험마을, 우수농산물 특성화마을, 산촌생태 체험마을, 콘도형민박, 가족형 체험학습목장을 조성하고, 이를 2003년 71개소, 2004년 56개소씩 또 늘린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걱정스러운 것은 말은 그럴듯하지만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체험농업이냐는 것이다. 자칫 국적 없는 통나무집이나 늘려놓고, 한집 건너 한집씩 '카페' 간판을 달게 하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부터 앞서는 것이다. 더구나 이 사업이 강원도의 독창적 아이디어라면 모르되, 정부의 장려로 타시도가 동시에, 그것도 경쟁적으로 착수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번 사업은 그나마 남아있는 고유의 한국농촌 정서를 마지막으로 파괴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닷새 일하고 이틀 노는' 주 5일 근무의 기대효과는 단연 삶의 질 향상이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 각종 레저활동, 사회적 참여, 교육기회가 대폭 늘어날 뿐 아니라 주말 여행문화 정착에 따른 농촌체험 등 특정 이벤트의 여행수요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총 301억 원이나 투입되는 이 사업의 첫 단계는 '농촌을 농촌답게 보존시키는 것'이 돼야 할 것이다. 사라진 징검다리나 섶다리가 있다면 이를 재현하고, 산촌의 무너진 너와집도 재건하며, 하다못해 장작 패는 모습도 관광상품이 된다는 인식전환과 프로그램 개발, 즉 소프트웨어 구축이 우선 이다. 주말 여행객은 산간의 다락 논을 보러 왔는데, 주민은 그들의 잠자리가 돈이 된다며 다락 논을 밀어내고 통나무집을 짓는 넌센스는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계획은 바로 그런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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