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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경영, 농사짓듯이

최동열 영동본부 취재부국장

2006년 07월 03일 월요일
 <장면 1>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주인아저씨와 몇 번 통화도 했는데, 도착하자마자 너무 실망했어요. 9∼10인용 방이라고 했는데 6명이 누우니 딱이더군요. 술이나 다른 먹거리는 싸게 파니 사오지 말라고 하더니 민박에 딸린 슈퍼에서 왜 그리 비싸게 팔던지. (중략) 얄팍한 상술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방안 선풍기는 먼지가 하도 많이 껴서 시커멓고. 마당엔 치우지 않은 음식 쓰레기로 파리가 들끓고…. 이건 사기예요."
 <장면 2> "비용 바가지를 쓴 게 아니라 '인심 바가지’를 썼어요. 민박 요금은 예고된 그대로고, 주민들이 텃밭에서 재배한 감자 옥수수 등 먹거리도 나눠 먹었어요. 작은 해수욕장이지만 단체 행사용 무대를 만들어주고 캠프파이어장까지 설치한 주민들의 마음이 우릴 감동케 했어요."
 "멸치 후리기라는 걸 난생 처음 해 봤는데, 아이들에게 어촌을 가르쳐주는 아주 생생한 현장 체험이 된 것 같아요. 밤에는 모깃불 피운 마당에서 민박집 아저씨가 애들에게 옛날얘기도 들려주고, 돌아올 때는 감자까지 한 아름 선물로 받았어요. 돈이 남아 며칠 더 있고 싶더라고요."
 두 장면은 지난해 여름 동해안을 다녀간 피서객들의 경험담이다.
 첫 장면은 "다시는 찾지 않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동해안에서 겪은 불쾌한 경험담을 시·군 홈페이지에 항의성으로 올려놓은 것이고, 두 번째는 강릉 순긋해수욕장과 양양 동호리해수욕장에서 여름휴가를 보낸 피서객들이 "동화 같은 추억을 만들었다"며 단골이 되기를 자처한 내용이다.
 비슷한 시기에 함께 동해안을 다녀갔지만, 마치 딴 나라를 여행한 사람들처럼 반응이 다르다.
 왜 그럴까. 첫 장면은 덫을 치고 사냥감을 찾듯 한철 대목 장사에 매달린 것이고, 두 번째 장면은 농민이 거름을 주며 농사를 짓듯이 여름을 경영한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이제 다시 그 피서 철이 돌아왔다. 7일 속초해수욕장이 가장 먼저 문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동해안 100개 해수욕장이 본격적으로 피서객 맞이에 들어가면 고성∼삼척 동해안 500리(212㎞) 길 해안선은 8월20일 폐장때까지 말 그대로 원색의 물결, 1년 중 최대 성수기를 연출할 것이다.
 도는 올해 피서객을 지난해 2840만명 보다 2%가 증가한 2900만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2900만명이라면 전 국민의 3분의 2에 달하기에 분명 허수가 적지 않겠지만, 지·정체 고행을 각오하고라도 백두대간 고개를 넘어오는 피서객이 여름 내내 꼬리를 무는 것은 사실이다.
 이 시점에 좀 생뚱맞지만 '사냥과 농사’의 방식을 떠올려 보는 것은 동해안이 좀 더 친절한 피서지로 거듭 나 수려한 자연환경에 걸맞게 국민들의 사랑을 받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피서가 시작되면 올해도 어김없이 사냥과 농사의 두 모습이 피서객들을 유혹할 터이다.
 터미널, 역에서 앞 다퉈 호객을 하고, 터무니없이 바가지를 씌우는 것은 덫으로 먹잇감을 찾는 무자비한 야생과 다를 바 없다. 올무에 걸려 죽어버린 동물이 다시는 자연의 주인공이 될 수 없듯이 한번 '사냥감’이 됐다고 생각한 피서객이 또 오기를 바라는 것은 차라리 괘씸한 희망이 아닌가. 호된 경험을 전해들은 사람들까지 동해안을 외면하게 만드니 먼 안목으로 볼때 낭패도 이런 낭패가 있을 수 없다.
 반면에 앞에서 예로 든 강릉 순긋과 양양 동호리 주민들의 친절은 애지중지 작물을 가꾸는 농민을 연상케한다. 거름을 주고, 품종개량을 통해 다음해에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현명한 농사다. 벼가 농민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라듯이 관광도 친절과 신용이라는 거름을 먹고 크는 법이다. 불법 사냥을 위해 남들이 잘 가꿔놓은 논밭까지 망가뜨리는 '한철 꾼’들에게 이제는 레드카드를 꺼내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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