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건설업체들이 경영 악화로 몸살을 앓는 중에 신설 건설회사가 늘어나고, 거기다가 기준에 미달되는 부실 건설회사까지 난립하고 있다면 어떤 형태로든 '교통 정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먼저 건설업이란 다른 업종과는 달리 안전 문제와 직결되는 사업이라 부실에 민감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IMF 이후 지난 3 년 동안 수주 총액은 감소했는데 건설사는 급증하여 과당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부실공사의 우려를 낳는다.

이런 현상은 근본적으로 정부가 입찰제도 개선 대책 없이 건설산업기본법을 완화한 것에서 비롯됐다. 건설산업에 이른바 시장원리를 도입함으로써 면허제를 등록제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경쟁을 통한 업체의 원활한 시장 퇴출은커녕 현실은 시장 진입과 퇴출 기능이 부조화를 이루는 결과를 맞고 말았다. 전문건설협회 도회 1,000여 회원사 가운데 연간 손익분기점인 10억 원을 수주하지 못한 업체가 88%나 되는 중에 일반건설업체가 9월 현재 800 개 가까이나 됐다. 이는 97년 이후 3 년만에 3 배나 증가한 수치로 결코 정상일 수 없다.

이렇다 보니 개중엔 부실공사를 피할 수 없는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부실 건설회사가 없다 못할 것이고, 실제로 엊그제 건설협회 도회가 스스로 9 개월만에 50% 가까이 늘어난 건설회사 중엔 기술자와 경력 임원이 상근하지 않는 부실 건설회사가 난립해 출혈 경쟁과 부실 시공을 우려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제 저가공사가 부실공사를 낳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게 뻔하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은 당국이 건설법을 다시 강화할 움직임을 보인 건 당연한 다음 수순이다. 부디 건설사의 시장 진입이 자유롭다면 경쟁력 없는 회사가 자연스럽게 퇴출될 수 있는 풍토도 조성되길 기대해 본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건설사는 경험과 기술 등에서 철저한 검증 절차를 밟을 필요가 있다. 사전 적격 심사 강화, 내역 입찰제도 도입, 이행 보증 강화 등의 방안이 논의의 차원이 아니라 실제로 적용되도록 관련 법규를 손 볼 때다. 면허 기준에 미달되는 업체에 대한 처벌 강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기술자를 상근시키지 않는 무자격 건설사나 현장 경험이 전무한 이른바 '페이퍼 컴퍼니' 등이 상존하는 한 의무 하도급 제도 시행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역 건설업의 총체적 부실을 막을 수 없다. 건설산업에 대한 자유시장 논리는 진입과 퇴출에 심각한 불균형을 이루는 이런 것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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