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미국의 심장부 워싱톤과 뉴욕에서 발생한 초대형 테러는 미국인 뿐만 아니라 전세계인들을 불안과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뉴욕의 국제무역센터 건물이 비행기에 부딪쳐 파괴되고 주저앉는 생생한 모습을 TV 화면으로 지켜보면서 세계 곳곳 지구인들은 가공할 초대형 테러에 전율했다. 공포와 경악에 멍했던 세계가 지금은 불안 속에서 향후 미국의 대응과 흔들리는 세계 평화, 또한번 곤두박질 칠지도 모를 세계경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상 첩보영화에서나 나올 것같은 황당한 테러장면을 실제상황으로 목격하면서 우리는 세계 질서와 평화, 이른바 강대국의 철통같은 안보체제가 얼마나 허구의 울타리 속에 있는 허상과 같은 것인지를 실감했다. 그리고 강대국들의 세계화논리와 패권주의에 반기를 든 제3세계 민족주의자들의 극단적 대응이 얼마나 위험한 화약고와 같은 것인지도 이번 대규모 테러를 겪으면서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국가간의 이념적 종교적 인종적 경제적 분쟁이 세계의 질서와 평화를 일시에 교란하면서 대응하기 어려운 혼란상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이번 테러가 세계 경찰국가를 자임하는 강대국 미국 본토에서, 그것도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는 뉴욕의 무역센터와 세계안보의 심장부라 할 펜타곤(미국방부)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은 보통 충격적인 일이 아니다. 미국의 부시대통령은 이미 대국민 성명을 통해 테러 배후세력과 관련국가에 대한 철저한 보복을 다짐하면서 흔들리지 않는 미국의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세계사상 미증유의 초대형 테러를 겪은 미국은 물론 미국의 대외정책에 동조해온 서방세계, 그리고 경제의 상당부분을 미국에 의존해온 주변국가들이 한동안 이번 사태의 파장 속에서 함께 흔들리게 될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당장 환율하락 수출타격 증시침체 유가파동 등 일련의 경제적 파동 물결에 휩쓸리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남북관계도 미묘한 기류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미국과 연계된 국가안보도 면밀한 점검과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테러는 미국만의 불행과 불안이 아니다. 미국이 준전시체제와도 같은 비상사태에 돌입한 것처럼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도 향후사태에 대비한 비상체계 속에서 경제 안보 분야의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세계적 위기상황에서 경제와 안보의 불안을 최소화하는 대책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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