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황으로 미루어 미국의 보복공격은 임박한 것 같다. 모든 불량국가, 불량집단에게 선언했던 '대대적 응징'도 그 목표가 가닥이 잡혀 점점 좁혀져 가는 것 같다. 외신들은 미 '테러 대참사'의 용의자로 처음부터 점찍던 이슬람권의 그 테러 집단으로 단정하는 수준으로 보도하고 있다. 미국의 현 상황을 읽는 눈과 이에 따른 판단이 지구촌의 '전쟁과 평화'를 좌우하게 됐다. 그러나 전운은 이미 고조되고 있다. 부시 미 대통령은 보복공격을 재 천명했으며, 미국민 86%가 '전쟁이 나더라도 보복해야 된다'고 여론조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테러국가로 낙인찍힌 북한도 미국의 입장을 지지했다. 무차별성과 야만성의 극치였던 이번 테러는 당연히 규탄되고 응징돼야 한다.

이 보다 더 한 생물 화학무기나 핵을 동원한 또 다른 테러의 예방차원에서도 그 뿌리를 뽑을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의 대대적 보복공격 그 후다. 대규모 보복이 가져 올 '피와 폭력의 악순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이 지목하고 있는 '테러 진앙지'와 미국과의 관계가 정치적 적대 관계일뿐 아니라, 서로 '악마'라고 규정하는 '신념의 적대관계'란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보복을 당하는 쪽도 '죽느냐, 사느냐'는 전쟁으로 확전 해 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따라서 본토를 공격당한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응징이 불가피하고, 정당한 것이지만, 외신들이 예측하는 대로 '핵사용 불사' 등 확전 빌미의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이는 매우 불안한 사태로 발전되는 것이다.

우리가 이번 '테러 대참사'가 서방과 이슬람권의 '대 문명충돌'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은 그런 최악의 시나리오로 방향타가 움직일 경우 '모든 게 끝장'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증시폭락 사태를 맞고도 그래도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곧 세계경제가 정상적으로 회복된다는 가정 때문에 가능한 것이며, 남북관계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는 것도 이번 사건이 북미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또 내년 월드컵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테러방지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걱정할 뿐 다른 염려를 하지 않는 것은 지구촌 최악의 사태를 가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가 충격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에서 보았듯이 이번 미국의 '테러 대참사'는 지구촌의 참사다. 이 쇼크를 수습하려는 미국의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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