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나흘 간 서울에서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열린다. 세계가 테러 및 테러에 대한 응징 분위기의 고조로 긴장감의 터널을 지나는 중에 열리는 이번 남북 회담은 시기와 의제상 세계의 이목을 집중할 만한 중요한 대좌임이 분명하다. 남북 회담이 미증유의 테러 사건 발생 직후에 열린다는 점을 의식해 엊그제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테러에 반대한다는 선언을 공동으로 한다면 의미 있는 큰 성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도 테러 비난 성명을 낸 데 이어 남북 장관급 회담에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해' 임하겠다고 해 이번 남북회담은 전과는 다른 특별한 성과가 있을 것이 예상된다.

이런 점에서 남북은 그 어느 때보다도 민족의 미래를 위해 상호 존중 분위기 속에서 성의 있는 대화를 통해 남북 모두에게 유익한 회담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고, 이와 함께 '반(反)테러 선언' 등 국제 테러에 반대하는 의견을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우선 경의선 연결, 개성공단 건설, 4대 경협 합의서 이행 등 경협 과제를 풀기 위한 가시적 조치와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 줘야 할 것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남북한 모두에게 실질적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점 외에 장단기적으로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테러로 민감해진 국제사회의 불필요한 사시적 시선을 피하는 것에도 기여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번 남북 장관급 회담의 '기본의제'와 '반테러 선언 문제'는 결코 별개의 사안이 아니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특히 미국이 겪은 테러 참사는 아직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북한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것이 뻔하다. 북한이 테러에 대한 국제 협약에 참여할 것을 천명한 뒤에도 '불량국 북한'이란 인식에 별반 변화가 없었음이 이런 예상을 불러온다. 따라서 한반도 긴장 완화나 북미 대화는 당분간 이루어지기 힘들 공산이 크다. '성의와 노력을 다해' 회담에 임해야 할 이 같은 역설적이고도 예민한 시대·상황적 당위를 북한은 충분히 의식할 필요 있다.

이제 남북한 모두가 할 일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의미 있는 발자국을 내딛는 일이다. 즉 이것은 이번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어내야 한다는 말이고, 작년 남북 정상 회담에서 확인한 화해 협력의 의지를 현실화하는 구체적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얘기다. 북한이 취하는 태도는 따라서 더욱 의미 깊어질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남북 장관급 회담에 주목하며, 그 바람직한 결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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