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됐던 대로 미국은 전쟁을 선포했다. 부시 미 대통령은 국방색 점퍼의 전시복 차림으로 전략구수회의 자리에서 분명히 '미국은 전쟁 중'이라고 '전쟁개시'를 선언했으며, 교전상대가 누구인가도 밝혔다. 이 전쟁이 아프칸을 무대로 한 국지전이 될 것인지, 아니면 그 이상으로 확전 될 것인지 만 남았을 뿐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예측되던 어려운 상황'들이 현실로 나타날 수밖에 없게 됐으며, 더 어려운 상황도 예측하게 됐다. 문제는 이 전쟁이 가져오는 '더 어려울 한국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이다. 우선 얼어붙은 경제가 좀처럼 활로를 열지 못하게 될 것이고, 남북관계가 벌여놓은 판을 그대로 놓은 채 교착상태로 빠져 들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대체로 첫 포성은 금주 중 울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한 상황대비를 정부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가 지금 온통 국민의 관심사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이 전쟁이 미국과 아랍권간의 전면적인 대립 양상으로 확산될 경우 세계경제가 심각한 불황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국제원유가가 급등하고 이로 인해 경기침체와 인플레가 중첩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원론적인 지적이지만, 전쟁 가능성을 놓고 본 진단과 전쟁 중의 진단은 그 감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미 국제적으론 곡물가가 앙등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안으로는 국내 IT업체들이 생산 차질을 빚거나 투자유치 계획이 취소되는 사태를 빚는 등 산업 금융 증권 등 전 경제가 주눅 들어있는 상태다. '전쟁'은 바로 이런 나쁜 상태의 장기화를 예고하는 것인데도 정부는 아직 이에 대한 어떤 탄력적 대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지전이든 전면전이든 전쟁 당사자인 미국으로서는 극동문제에 대한 정책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재개될 뻔하다 일순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대화는 더 얼어붙을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북한을 테러국으로 분류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테러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일본 요도호 범인 문제을 비롯해 비핵확산, MD 문제 등에 대한 강력한 요구 등으로 긴장도는 더 팽팽해 질 있다는 예측도 가능하다. 결국 북미관계가 키를 쥐고 있는 남북교류도 장기 표류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가능해 진다. 따라서 이번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정부는 북한측에 '반(反)테러연대' 동참을 제의하고 있으며, 반(反)테러 공동성명도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지금 북한에 대해 '선언'이 아니라 '실천'을 요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시의(時宜) 판단이 매우 중요해 졌다. 남북양측의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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