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평야에서 '중국 벼'가 한 바탕 소동을 일으키고 있다. 2∼3년 전부터 아름아름 중국 벼 종자를 들여다가 짓기 시작해 이미 20여 농가에서 30㏊로 늘어나 수매에 참여할 만큼 경작규모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여객기 기내식으로도 납품될 만큼 명성을 얻고 있는 철원 오대쌀 주 생산지에 '웬 중국 쌀이냐'며 일부 농민들이 기분 나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중국 벼는 알려진 것처럼 '저질 미'만은 아닌 것 같다. 병해충에 약하고, 수확량도 높지 않으며, 밥맛도 떨어져 팔 곳이 없다면 농민들이 들여다 심을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때 몇 몇 농가에서 잘 모르고 중국 참깨를 심었다가 팔지 못해 애를 먹은 사건이나, 최근 중국산 무궁화 묘목이 유통돼 물의가 됐던 것과는 달리 중국 벼가 들어온 배경이 신경을 쓰이게 하고 있다.

사실 세계가 생물 종(種) 확보를 위해 '포성없는 전쟁'에 돌입한 마당에 이번 중국 벼는 굴러들어 온 소득일지도 모른다. 식물이나 동물, 심지어는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토종 소유국의 지적재산권으로 인정한다는 생물 종 다양성협약이 1993년에 발효된 후에 남의 나라 종자를 가져온다는 것은 그 자체가 '반칙'일뿐더러, 그렇게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품질, 내병성 등의 조사를 통해 우수한 종자로 인정된다면 이만한 횡재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주곡이자 주권(主權)이다 시피 한 쌀인 경우에는 다르다. 가뜩이나 쌀이 남아돌아 고품질 위주로 농정이 바뀌고 있고, 국제 쌀 시장 개방을 앞두고 있는 마당에 해외 우수종의 '밀입국'은 그 자체가 국내 쌀 시장 교란의 전초전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연내 가입이 확실시되고 있고, 이미 동북 3성을 중심으로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쌀 생산량이 국내 쌀 시장을 겨냥할 경우 엄청난 타격을 받게된다는 것은 진작부터 나온 우려다. 또 엊그제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는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의 밥맛 지수가 72.2로 이천 쌀(66.7)보다 높아 '중국 쌀이 우리 쌀 보다 좋다'는 평가가 나왔다. 만일 문제의 중국벼가 바로 미질이 우리와 비슷한 중단립종의 그 품종이라면, 중국 쌀은 이미 국내 시장에 들어 와 있다는 것이고, 우리의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 된다. 철원 평야의 중국벼 등장을 놓고 벌어지는 '오대쌀 명성이 떨어진다', '수매를 안 받아 주겠다', '검역 절차를 밟지 않은 밀반입이다' 등의 논란보다 더 심각하게 생각할 일이 바로 그 점이다. 문제의 그 볍씨가 어떻게 들어왔는지 역학적 조사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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