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대 재산가가 부양 의무가 있는 노부모 등을 모시지 않아 기초생활보장금으로 생계를 유지하게 한다면 이는 패륜이다. 또 그만한 재산이 있는 사람이 그런 돈을 타 먹는다면 이는 법이기 전에 도덕성의 문제다. 그러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부양의무자 가운데 수억 대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도내에 23명이란 지적이 엊그제 강원도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재산이 수급기준 '금융자산 3천만 원'을 초과한 부적격자도 869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생활보장을 받는 사람 6만2천177명(6월 현재) 가운데, 1.3%는 '가짜'이며, 그 집단 가운데 2.6%는 알부자들이라는 것이다. 사정이 강원도만 그럴 리 없을 것이다. 이 비율대로라면 전국 149만 명의 생활보장 수급권자 가운데, 20만 명은 받지 말아야 할 돈을 국민 세금에서 축내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는 앞으로 이들에 대해 "소명기회를 부여한 뒤 소득초과자의 경우 각종 보호대책을 중지하고 보장비용을 징수하겠다"고 밝혔다. 늦었지만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이미 지난 4월 경기도 평택시가 이 제도 실시 후 처음으로 부적격 수급대상자 19명을 찾아내 자식들에게 국가가 지급한 생계비를 반납할 것을 통보한 이래 서울, 전주, 광주시 등이 부모 생계는 나랏돈으로 유지하게 하고 자신들은 버젓하게 살고 있는 아들, 딸, 사위 등에게 잇달아 구상권을 행사하고 있다. 물론 법과 지침에만 의거해야 하는 공무원 입장에서는 부모나 자식을 부양하지 않는 동기가 악의인지, 아닌지 양심 문제를 파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보장비를 되받기까지는 재산 압류나 체납처분 등의 절차도 사실 버겁다.

한편에서는 이미 '버린 부모나 자식'인데, 구상권을 행사할 경우 결국 가족 해체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도 있다. 그러나 기초생활보장법은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부양을 기피하는 경우 '선급여 후구상권 행사' 라는 법 취지가 담겨있다. 이 법은 시행된지 겨우 1년이 채 안됐다. 국민 기초생활 안전망이 점점 강조되고 있고, 이에 대한 예산도 확대되고 있는 마당에 법 악용의 빌미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물론이고, 국가재정의 효율적 사용이라는 측면에서도 '보장 징수'는 단호한 필요가 있다. 환수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부모를 외면하는 자녀가 늘고 있는 세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징수에 어려움이 있어도 세금에 준해 반드시 받아내겠다"는 복지행정의 결의가 무엇보다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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