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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권력이 바뀌는 때

2006년 07월 19일 수요일
 참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
 최명희 강릉시장이 취임 기자회견에서 시청사 축소 계획을 피력한 뒤 곧바로 도내에서 가장 큰 18층 강릉시청사에서는 독립된 국장 방이 폐쇄되고 과장실 칸막이도 모두 철거됐다. 국장들은 담당 주무과 한켠에 별도의 근무 공간을 확보, 직원들과 함께 어울려 근무하게 됐다. 어찌보면 그동안 누렸던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이기에 당사자들로서는 기껍지 않은 일일 수도 있겠으나 신임 시장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사무실 축소 조정은 실행에 들어갔다. 시청사 한가운데 이른바 로열층에 자리잡고 있던 시장과 부시장실도 연말까지 민원인들 접근이 쉬운 1층이나 2층으로 옮기고 열린 공간으로 개방하겠다는 계획도 제시돼 있다.
 일선에서 주민들과 부대끼는 읍·면·동장들에게는 가로등, 맨홀, 버스 승강장 등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생활 불편사항을 체크해 매일 순찰 일지를 본청에 제출하라는 지시도 떨어졌다.
 최 시장은 간부회의에서 순찰 지시를 하면서 "공무원들 중에 대중버스를 주기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되냐"고 반문한 뒤 "주말에 농·어촌 마을을 돌아다녀 보니 승강장 의자에 먼지가 덕지덕지 끼어 도저히 주민들이 앉을 수 없는 무용지물도 많더라"는 지적을 했다고 한다.
 신임 시장에 대한 업무 보고도 달라졌다고 한다. 지난 12일부터 시작된 강릉시 업무보고에서는 전통적으로 힘있는 선(先)순위 부서로 인식돼온 자치행정과는 뒤로 밀리고 예산, 문화관광, 환경 복지 등 사업부서부터 먼저 보고가 이뤄지고 있다. 보고내용도 민원이나 현안 중심으로 압축하면서 "지금까지는 이랬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가져가겠다"는 현실 진단과 비전이 화두가 되고 있다고 한다. 인사와 관련해서는 연공서열에서 벗어나 경쟁 발탁 인사를 하고, 일이 많아서 기피하는 부서는 승진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특별 인센티브제를 시행하겠다는 지침도 E-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전해졌다. 지난 3일 신임 시장 취임 이후 단행돼 온 이같은 일련의 변화를 지켜보는 지역사회에서는 일단 전폭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변화 소식을 전하는 기자들의 기사에도 "잘하는 일이다. 강릉의 발전을 기대한다"는 등의 지지 댓글이 모처럼 꼬리를 물 정도니 기대감을 읽을 수 있다.
 시민들이 이제 막 첫 출발한 새내기 시장·군수들에게 왜 이렇게 큰 기대를 토해낼까.
 지난 5·31 지방선거가 그전의 선거와는 다르다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민선 3기 11년은 많은 지역에서 연속선상에 있었지만, 3선 시장들이 선거법상 연임 제한에 묶여 출마를 하지못한 민선 4기 선거는 이른바 권력이 바뀌는 역할을 했기에 다른 모습의 발전적 변화가 뒤따를 것이라는 기대가 그만큼 큰 것이다.
 지금 각 지역이 처한 현실이 '위기'라는 공통분모형 인식도 변화 기대에 한몫을 하고 있다. 7월초 시장·군수들의 취임사에서는 위기, 변화 등의 용어가 단골메뉴처럼 등장했다. 전임 시장·군수들이 들으면 거북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이 공(公)의 영역이고, 인간사는 위기 진단을 토대로 발전하는 것이니 어쩌겠는가.
 변화 기대에 부응키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부분에서 기득권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기득권만 포기해서는 안되고 '양보'도 뒤따라야 한다. 새로운 권력에 자기중심적 기대를 하는 사람들이 양보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사업이나 민원은 이제 내가 바라는대로 되겠지", "내가 아니면 누가 그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등의 자기중심적 기대는 변화의 발목을 잡고, 반목과 갈등을 확대 재생산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다시 권력이 바뀌는 때에도 '호황' 보다는 '위기'라는 진단이 나올 가능성이 훨씬 크지만, 기득권 포기와 양보가 뒤따른다면 적어도 역사는 "그때 살만했다"고 적을 것이다.

최동열 영동본부 취재부국장 dychoi@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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