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수도법 시행령은 앞으로 상수원보호구역 내에서는 반드시 친환경농업법으로 규정하는 농사만 지어야 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먹는 물'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은 비단 대도시뿐이 아니다. 면소재지 마을이나 농촌 부락에서도 간이 상수도는 허드레용이고, 먹는 물은 샘터에서 따로 받아오는 것을 상식으로 알고 있는 것이 이미 어제오늘이 아니다. 농촌의 자연환경 보호는 물론, 농약과 비료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우리 농산물과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친환경농업은 당연히 빨리 정착돼야 한다. 더구나 이 땅의 물이 지금 위기상태라는 절박한 현실이고 보면, 친환경농업뿐 아니라 그 이상의 어려움도 감수하고 받아들여야 할 형편이다. 그러나 물의 고장인 강원도 입장에서는 이 '농업혁명'을 그대로 수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농민이나 농정당국이나 늘 '맑은 물'자랑이나 늘어놓고 있었지, 맑은 물 보전을 위해 친환경농업이 농민들의 경작행위를 제한하게 될지는 사실 예측하지 못했다는 분위기이다. 당장 내년부터 화학비료를 권장량만큼만 사용하고 유기성농약살포도 안전기준을 준수하는 일반환경농업을 실시해야 하는 곳은 전국적으로 팔당, 대청호 등 385개 상수원 보호구역. 이 가운데 강원도는 18 개 시·군 60개소, 93.946㎢가 포함되고 있다. 면적의 과다를 떠나 도내 전 지역이 경작행위 제한을 받게 되는 것이다. '친환경농업육성법'은 환경농산물 인증제 도입 내용을 포함시켜 지난 7월부터 시행됐으나, 이미 이 법은 '환경농업육성법'이란 이름으로 지난 1997년에 제정돼 전혀 낯설지 않다. 그런데도 도내 농정과 농민이 이런 농업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고 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지난 4월 道는 도내를 북부내륙권, 북부해안권, 남부내륙권, 남부해안권, 산간고랭지권(인등 5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별로 비교우위에 있는 농작물을 집중 육성한다는 획기적인 권역별 특성화 농업전략을 마련했었다. 그때도 북한강 수계권에 청정쌀과 건강채소를 재배하는 친환경 농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것 말고는 상수원 보호차원의 친환경농업 개념은 없었다. 2년간의 거치기간이 있다고 하지만 농민들 입장에서는 당장 환경농작물인증제 도입이라는 익숙지 않은 영농을 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친환경농업은 세계적인 추세이고, 우리 농업도 그쪽으로 가지 않을 수 없는 단계까지 왔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미 그런 농업 대전환은 주곡인 쌀에서부터 시작돼 '다수확' 에서 '고품질'로 농정이 바뀌고 있으며, 그 고품질의 의미가 '친환경농업'을 지칭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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