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원주시 단계동에서 잇따라 발생했던 2건의 살인사건이 당시 14살짜리 중학생들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도시의 으슥한 곳에서 한밤중 취객을 상대로 폭행하고 돈을 빼앗아가는 속칭 '아리랑치기' 범죄 행위가 있다는 것은 세상에 알려진 일이지만 중학생들이 이런 범행을 저지르고 두번씩이나 살인까지 저질렀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철없는 중학생들이 밤거리에서 살인을 저지르며 강도행각을 벌일만큼 우리 사는 세상이 황폐화하고 흉포화해진 현실에 섬뜩함마저 느낀다.

경찰에 의하면 이들은 한두차례 가출한 경험이 있는데다 유흥비와 숙식비를 마련하는 손쉬운 방법으로 밤거리에서 취객을 터는 범행에 익숙해졌고 끝내 사람을 죽이는 흉악범이 되어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어린 소년들이 이처럼 대담한 범행에 익숙해지기까지 영화나 TV 속 폭행 장면이나 범죄 장면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도 충격적이다. 몇푼의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는 비행 청소년 세계의 단순 사고도 그렇지만 흉악한 강도 살인을 저지르고도 죄의식조차 느끼지않는 이들의 건조한 심성이 더욱 아찔한 두려움을 전해준다. 세계 어느 나라든지 청소년 비행과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는 있지만 이번 원주의 '중학생 살인'은 우리의 청소년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와있음을 깨닫게 한다.

가출 방황 절도 폭력 강도 등으로 이어지는 비행 청소년 문제가 가정 학교 사회의 복합적인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비행 청소년 중 상당 수가 결손가정 출신이라는 점, 학교교육에 적응하지 못해 교문 밖으로 밀려난 경우도 있고, 사회의 청소년 폭력조직과 연계된 경우도 있다는 점 등을 생각할 때 이들의 문제가 바로 기성세대 성인들의 무관심에서 빚어진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청소년에 대한 정책적 선도 시책이 대개 형식적이고 전시행정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청소년 선도및 보호정책중 상당부분이 유명무실하거나 현장에서 겉돌고 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청소년 출입금지구역(레드 존)도 그렇고 한때 도심 곳곳에 설정했던 청소년지킴이 시설도 제대로 그 기능을 발휘하는 곳이 거의 없다. 청소년을 상대로 술과 담배를 판매하는 행위가 법으로 금지되어있어도 우리나라 청소년의 음주 흡연율은 세계 상위권에 속한다. 게다가 폭력 음란 영상물들이 청소년의 모방심리를 자극한다. 원주의 '중학생 살인'은 우리사회의 청소년 대책이 보완 강화되어야 할 시점임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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