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교부가 밤성골댐 대신 수입천 상류 고방산리로 댐 위치를 옮기겠다고 밝혔다. 당장 집히는 것은 2011년까지 12개의 댐을 짓겠다는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을 발표해 놓고 밤성골댐 논란으로 이렇게도 저렇게도 못하던 건교부가 다시 '면피용' 계획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20년 전 일본 용역단에서 검토한 장기다목적댐개발예정지보고서를 그대로 인용해 밤성골댐 유역면적을 산정 했다가 주민들에 의해 그것이 엉터리라고 밝혀지고, 이에 대해 오류를 인정하기까지 했으면 사실 건교부 체면도 말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댐에 대한 다음 단계 조치는 신중해야 한다. 주민들의 댐 반대 여론이 극에 달해 있는 마당에 댐 위치와 규모만 바꿔 강행하겠다는 것은 '양구에서 밀리면 다른 댐 예정지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주민입장에서는 건교부의 그런 논리가 "주민이 아무리 반대해도 소용없다"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는 이번에도 '고방산댐 결사 반대'로 나설 채비다. 결국 당초부터 사려 깊지 못한 건교부의 댐 행정으로 엄청난 사회적 물의가 일어날 것이고, 주민은 주민대로 경제적 정신적 고통을, 정부는 정부대로 신뢰만 더 잃게 됐다. 화천댐의 파로호 상류에는 더 이상 댐을 건설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가 이미 밝혀졌고, 그 사실을 주민도, 건교부도 알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 '댐 논쟁 2탄'은 그 심각성이 더 하다. 이미 알려진 대로 북한이 금강산댐을 완공한 후 물길을 태백산맥 너머 동해안으로 돌림으로써, 북한강 화천댐에 담을 그릇(유효저수용량)은 옛날 그대로인데, 상류에서 들어오는 물은 44%밖에 안 된다. 밤성골댐이든, 고방산댐이든 그 물그릇은 텅텅 비었는데, 그 상류 수입천에 또 다른 물그릇을 만드는 격이다.

건교부가 처음 밤성골댐의 유역면적을 잘 못 산정한 것을 연유야 어떻든 불가피한 실수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화천댐은 유입량이 줄어들 뿐 아니라, 몇 번씩이나 보도가 된 민감한 사안인데도, '댐 위에 또 댐'을 계획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라고 고집하는 '고의적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동안 건교부가 그냥 던져보았다가 반발이 심하면 거둬들이고, 또 다른 대안을 찾는 무책임한 댐 정책으로 일관하는 것을 보아왔다. 영월댐이 반발에 부딪히니까 '댐 연계 운영'으로 선회했고, 내린천댐도 반발이 심해지자 소양댐을 높이는 방안을 내놓았었다. 이번에도 '밤성골댐이 안 되면 고방산댐'식이라면, 정부가 국민을 데리고 정말 해도 너무 하는 것이다. 특히 꼭 '댐 문제 발생=강원도'로 공식이 등장하는 것에 대해 요즘 도민들 자존심이 몹시 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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