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농수산물의 국내시장 잠식률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국내 농수산물의 생산 유통 소비 체계를 흔들어놓고 있다. 지난 92년부터 중국산 농수산물이 본격 수입되기 시작한 후 국내 농수산물 가격이 경쟁력을 잃었고 그 틈새를 파고든 중국산의 국산 둔갑 현상이 늘어나 소비자들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농가들이 가격 경쟁력 없는 작물 재배를 포기하고 있어 토종작물의 생산기반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참깨 고추 마늘 같은 한국인 필수의 양념류는 물론 조 수수 팥 콩 등 잡곡류의 재배면적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의 식탁을 중국산 먹거리가 지배하는 시대가 올 날도 머지 않았다는 걱정이 앞선다. 조 수수 기장 팥 등 잡곡류의 도내 재배 면적이 5년 사이에 39%가 감소했고 밀밭 기장밭은 구경하기조차 어렵게 되었다. 메밀밭은 수확량보다 관광지 경관 조성용으로 명맥을 지탱하고 있을 뿐이다. 전국 생산량의 45%를 차지하는 도내 옥수수 재배 면적도 96년 이후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다른 농산물에 비해 국내 수요가 많은 고추 참깨 마늘 등 양념류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재배 면적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중국산 농수산물의 수입량 증가와 국산 둔갑 현상은 한국인의 먹거리를 중국에 의존하게 되는 현실적 문제와 함께 우리 농업 기반의 붕괴라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연결된다. "보이지 않는 전쟁으로 일컬어지는 종자전쟁이 심화되고 수입농산물이 국산농산물을 더 이상 밀어낼 경우 국산 종자마저 사라져 우리의 농업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농산물품질관리원 강원지원 관계자의 말을 한국 농업의 위기를 지적하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수입 농수산물이 국내시장을 빠르게 잠식해가는 현상을 '세계화'의 한 단면으로 여겨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우리 농업은 더 빠른 속도로 무너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입농산물의 양을 조절하고 특히 수입농산물의 국산둔갑을 철저하게 감시해 소비자는 물론 생산 농가를 보호해야 한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이 유관기관과 협조해 수입농산품의 국산둔갑 현상을 감시하고 적발하느라 애쓰고 있지만 부족한 인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감시하고 적발할 품목과 양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원산지 표시제'라는 제도만 믿고 이를 확인 감시하는 인력을 보강하지 않는다면 그 제도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정부는 수입농수산물의 국내시장 잠식과 국산둔갑 토종작물 재배면적 감소가 불러올 심각한 사태를 직시하고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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