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항공이 다음달 10일부터 강릉∼부산 노선에 대해 단항조치를 단행하는 것을 보면서 새삼스러운 느낌은 '강원도는 참 멀다'는 것이다. 강원도까지 거리가 얼마라는 물리적인 것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별로 영양가가 없다든 가, 별 볼일 없다는 뜻이 담긴 그 '관념의 거리'이다. 대한항공도 마지못해 운항하는 것처럼 탑승률을 문제삼아오던 원주∼부산 노선의 폐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급기야 항공사들도 그 관념을 떨어뜨리지 못하고 강원도 시장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강원도 사람들은 앉아서 그 관념의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젠 도민이나 항공사나 머리를 맞대고 그 거리감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늘 하던 얘기이긴 하지만 항공사는 강원도의 신수요 찾기를 외면하고, 도민은 도민정서나 들먹이면서 무작정 '노선폐쇄 반대' 목소리나 높여서는 해답이 안 나온다. 아시아나 항공은 이번 강릉∼부산 노선의 단항 이유를 '미 테러사건이후 항공노선의 조정 필요성에 따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부산∼광주, 김포∼예천, 군산∼제주 노선도 같은 조치인 것으로 보아 불가피한 결정인 것 같다고 이해는 간다. 그러나 이번 조치와 함께 튀어나오고 있는 수요자얘기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즉, 부산에서 일본으로 연결되는 국제선 4회를 강릉, 원주공항과 연계해 보라는 것이다. 사실 인천공항시대 이후 강원도 사람들은 그 공항까지 가기가 일본, 중국 가기보다 더 멀고 불편해졌다. 비싼 공항세와 대기시간은 물론이고, 공항까지 가기 위해 들여야 하는 통행료, 주차비, 서울을 관통하는 부담은 고통 정도를 넘는다.

지난 피서철엔 전 육로가 막히면서 '일본까지 1박 2일'이란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강릉·원주⇔부산⇔일본'선의 개발은 아이디어 이상의 시장성이 있는 것이다. 시장성은 바로 그렇게 창출해야 되는 것이지, 마치 '승객 연동제'이기나 한 것처럼 수요가 있으면, 비행기를 띄우고, 없으면 세운다'는 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원주·원주 공항의 항공노선에 대한 도민의 유별난 집착은 사실 이상할 게 없다. 내년 월드컵 축구, 그리고 2010년을 겨냥한 동계올림픽유치를 앞두고 아직까지는 두 공항이 이들 빅 이벤트의 강원도 유일한 하늘 문이라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도민들이 항공노선 폐쇄를 반대하는 이유이고, 한편으로는 이 점이 도민들이 왜 항공사들의 시장 개척을 거들어 줘야하는 지에 대한 답변이다. '공무원 항공출장 유도' 등 책상 밑으로 들어간 갖가지 대책들을 다시 꺼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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