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 문제를 말할 때 논자들은 흔히 묵자(墨子)를 내세운다. 저 옛날 묵자는 '관인팔법(觀人八法)'을 말했다. 권력이나 명예를 갖기에 어울릴 만큼 의연하냐의 '위(威)', 그릇이 큰가의 '후(厚)', 마음씨가 숭고한가의 '청(淸)', 기골이 있는가의 '고(古)'에다가, 편협한 성품 '고(孤)', 빈약한 인물 '박(薄)', 앙칼진 성격 '악(惡)', 경박스러운 태도 '속(俗)'을 꼽았다. 앞의 넷은 쓸 만하고, 뒤의 넷은 써선 안 되는 인물이다.
 권력을 잡으면 꼭 이러하지는 않지만, 처음에는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사람을 골라 쓴다. 그러다가 세월이 좀 지나 권력에 취해 가면 조금씩 달라진다. 역시 묵자가 말한다. "위정자는 돼지를 잡아 맛있는 요리를 먹고 싶을 땐 요리사를, 옷을 멋지게 입고 싶을 때는 재봉사를 고용한다. 그러나 나라를 다스릴 때는 달라진다. 연고관계니 신분이니 용모니 성격 등을 따지려 든다." 즉, 작은 도리는 분간하는데 큰 도리는 분간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옛날 얘기를 또 하나 해보자. 조조(曹操)는 경세가이기도 하지만 문장가이기도 했다. 다음은 그의 '도관산(度關山)'이란 악부시다. "천지간에/ 귀한 것은 사람이니/ 임금 세워 백성 다스릴 땐/ 준칙을 세웠다네./ 수레 자국 말 발자국/ 사방 먼 곳까지 교차됨은/ 못난 자 쫓아내고 현명한 자 승진시켜/ 백성 번성 위한 것." 삼국시대에 오나라 손권은 유연성 있는 인재를, 촉나라 유비는 온정주의를, 그러나 위나라 조조는 시에서처럼 능력 위주로 사람 찾는 일에 공을 들여 결국 삼국을 통일한다.
 요즘 얘기를 해본다. 오세훈이 서울시장에 당선돼 이미 권력화한 한 환경단체 대표를 인수위원으로 기용하자 비판이 일었다. "첫째, 승자의 오만이다. 둘째, 노무현 정권에 의해 보수 우익 세력이 입은 이념적 상처의 깊이를 과소평가했다. 셋째, '큰 정치'를 흉내 내고 싶은 헛바람이 들었다. 넷째,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 세력을 졸로 보았다." 이 얘기는 곧 우파 정당 출신 오세훈이 좌파를 껴안으면서 외연을 확대할 수 있으리란 오판 및 착각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지금은 난세다. '행복도시'에다가 '대수도론'에다가 비수도권도 각개 약진의 형국이다. 우리 안에서도 혁신도시로 갈라지고, 우리 땅은 폭우로 황폐됐다. 그야말로 난세다. "나라가 어두울 때는 유능한 인재를 찾아 빛으로 삼는다" 했는데, 최근 김진선 지사는 이를 잊었고, 오세훈이 반대쪽 인물을 상징적으로 채택해 비난받은 것처럼, 김 지사는 우군을 내세우는 정반대의 방식을 택함으로써, 승리자의 입맛대로 고르는 엽관제(獵官制)를 이해하면서도, 오세훈에게서 발견되는 것과 비슷한 잘못을 범했다는 염려의 소리를 낳는다.
 도지사 측근 자리를 임명할 때 논공행상이었는지, 인재풀이 동원됐는지, 능력이 검증됐는지, 저 묵자의 '관인팔법'은 아닐지라도 어떤 준칙이 있었는지, 예의 정당과 관련하여 오세훈과 반대로, 즉 철저히 우군을 취함으로써 역설적으로 균형감각을 잃었음을 보인 것은 아닌지…. 수많은 질문이 터져 나온다.
 '내 사람을 쓰는' 의(義)의 가치는 원칙으로 좋으나, 까딱하다간 파시즘적 '의리(義理)'로 변질되기 쉽다. 또 '위 후 청 고'를 다 갖춘 사람을 쓴다는 게 어려울지 모르지만, 적어도 도민의 비웃음을 살 방식과 인물은 피해야 한다. 그들이 그 자리에 앉는 것이 "나에게 좋은가, 사회에 좋은가?" 스스로 이런 질문을 달고 고민 한 번 해 보는 게 위기에 몰린 강원도의 오늘을 살리는 길이다.
이광식 논설실장 misa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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