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를 위기 상황으로 본 건 지난 7월이었다.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 운용 방안'에서 올 한해 성장률을 5∼6%대에서 4∼5%대로 낮추고 물가 상승률은 3% 포인트대에서 4% 포인트대로 높였다. 말하자면 상반기 경제 침체가 하반기에도 회복되기 어렵다는 예상이다. 8월 들어 2·4분기 실질 국내 총생산이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 늘어나는데 그친 결과를 살필 때 불행하게도 이런 비관적 전망들의 현실화 가능성은 높아졌다. 한 마디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안팎 여건으로 보아 정부로서도 뾰족한 수가 있을 것 같지 않다. 특히 정치가 우리 경제를 위기 상황으로 몰고가는 한 경제 회복에 희망조차 품을 수 없을 것 같다. 추석에 지역구를 살피고 돌아온 국회의원들의 입을 통해 이런 분위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현정부에 대한 도덕적 만족감이 '이용호 게이트'에 이르러 한꺼번에 무너졌다"거나 "이번 같은 궁핍한 추석은 난생 처음"이라며 분통을 터트리는 사람에 "여야 모두 못 믿겠다" 하는 불신과 부정(否定)의 수사학이 세상을 뒤덮는 중이다.

이렇게 된 건 전적으로 정치권이 국정 운용에 결정적 실패를 거듭한 결과다. 미국의 정보 기술 산업 침체 등 지구촌의 전반적 경제 불황이 그 원인이라 미룰 경우에도 정치권은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미국 테러 사건 이후 더욱 나빠진 세계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화살을 돌릴 수 없는 것 역시 우리 정치권이 발생하는 사건마다 정쟁 거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용호 게이트'에 여당은 '특검으로만 하자' 하고 야당은 '국조와 특검 모두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가을 정국'을 정쟁화하려 한다. 10·25 재보선에만 관심이 쏠려 민생 걱정은 없고, 김대중 대통령의 '6·25 발언'으로 또다시 '색깔논쟁'이 벌어질지 모른다.

내외적 도전에 국정이 끝 간 데 없이 표류만 거듭하니 어찌 하반기 국정을 염려하지 않을 수 있을까. 국민들에게 실망 절망 분노를 잠재우고 희망을 불어 넣어 줄 묘책은 과연 없는가. 위기에 대처할 우리의 내부적 힘의 결집이나 위기를 능동적으로 극복할 메커니즘은 정말 없는가. 우리는 지금처럼 이렇게 파편화되고 소모적 낭비적 정치잡술적 논리와 말들이 권력과 정치계에 난무하는 부정적 정치 풍토를 개탄한다. 따라서 우리가 정작 하반기 국정을 위기로 보는 까닭은 외부적 악재가 아니라 내부적 의식의 혼란과 무정견(無定見)의 만연 때문이다. 늦어 후회하기 전에 하반기 '위기의 경제'와 '위기의 국정'을 건져낼 전망적인 새로운 틀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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