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정부가 "문화예산 1조 원 시대가 열렸다"고 자랑했지만, 이것은 총예산 1.03%에 불과한 적은 액수였다. 그럼에도 문화계에서는 '문화 대국'을 향한 정부의 의지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전 해의 9천539억 원에 비해 9.1%나 늘어난 1조404억 원이란 2001년 문화예산에 거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중 지방문화 활동 강화를 내건 예산이 '지방문화원 육성 지원비'처럼 운영비 지원이나 건축비가 대부분이었다는 사실에서 지방문화 콘텐츠 개발을 위해 쓸 수 있는 예산으로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는 불만도 없지 않았다.

중앙정부 문화예산의 이같은 일부 왜곡된 편성 아래 지방정부 문화예산이 하루 아침에 현격한 변화를 보일 수는 없었으리라 본다. 거기다가 정부의 문화예산 1% 반영에 비해 강원도가 오히려 총예산의 2% 정도 반영한 것을 적다고 나무랄 수만은 없지 않으냐는 반론도 나올 법하다. 그러나 전북이 9.8%, 대구가 7.8%, 경남이 5.9%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과 비교할 때 강원도의 2.2% 배정은 지나치게 인색한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문화 인프라와 저변 확대에 중점을 둔다"고 발표한 도 관광문화국의 계획은 그 실효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었다.

어제 오늘 제기된 문제가 아니나 문화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막론하고 강원도 문화 인프라는 근본적으로 낙후성을 면치 못한 실정이다. 예술인, 문화 담당 공직자, 문화재 지정, 공연·전시장 등등의 부문에서 한 세기를 넘긴 지금 수나 규모의 영세성은 여전히 옛 그대로다. 이런 형편에 예산 대부분이 문화 인프라 구축과 공익 문화 시설 지원으로 가는 것을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문화산업 육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정작 문화 내용물의 변화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기초·순수예술 분야에 소홀한 것은 문화 정책이 겉돌고 있다는 지적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정책 기조를 예산안 편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면에서 도의 문화 정책에 뭔가 '문화의 세기'를 맞는 전향적 시각이 결여된 것이 아니냐는 인상을 받는다. 올해가 '지역문화의 해'라는 것과도 유리된 예산 편성이었다. 따라서 적어도 문화예산을 강원도 총예산의 5% 이상 배정하는 것이 시장주의와 민주주의의 근간인 우리 사회의 문화 수준이나 질서를 제대로 따라 잡을 수 있는 적정선이라 믿는다. 도와 각 지자체는 지역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강원도 지방문화의 전통을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그리하여 지역문화의 자립화, 개성화, 정체성을 찾고 공동체적 결속력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내년도 문화예산의 상향 배정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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