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프간 공격은 예고 됐던 것이고, 지구 반대편 상황인데도, 어제 국민 모두가 불안한 월요일 아침을 맞아야 했다. 이날 정부는 '이번 미국의 공격을 적극 지지하며 앞으로 계속적인 협력을 다짐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상황에 따라서 전투병 파병으로까지 진행될 수 있는 이 전쟁의 적극적 개입 가능성도 암시했다. 이미 이 전쟁은 세계가 동참해 치러지고 있으며, 우리도 이 전쟁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당장 국내의 정치 경제 문제, 제대로 치르지 않으면 안 되는 내년 월드 컵 문제, 이제 비로소 실타래가 풀릴 듯 하는 남북교류협력 문제 등 산적한 제숙제들을 미국의 공격 스케줄과 전쟁 상황 전개도에 맞춰 판단하고 대처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金大中 대통령은 어제 대국민 특별담화에서 '그 어떤 경우에도 우리 국민의 생활과 안전을 반드시 지켜나갈 것'이라면서 '국민들도 지금까지처럼 생업에 충실해 주기 바라며 아울러 정부의 노력에 대해 신뢰를 갖고 전폭적으로 협력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가 이번 사태가 경제적, 외교 안보적으로 우리에게 미칠 파장에 대해 이미 면밀한 검토를 마쳤으며 다각적인 대응책도 강구해놓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날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한반도 평화유지 대책을 세운 것이나, 긴급사회장관회의를 통해 국가 시설에 대한 대테러 대책 강화, 해외근로자 보호, 민생치안 확보, 물가안정 등에 관한 논의도 어느 때보다도 '발빠른 대응'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금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되며, 그 대책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이 '간접전쟁' 앞에서 빚어질 수 있는 '민생 위축'이다.

경제회복 전망이 더욱 어두워진 데서 빚어지는 투자 감소와 기업들의 채용기피, 이에 따른 대졸 취업난이라든가, 테러불안 심리로 관광시장이 붕괴되면서 빚어질 수 있는 실업증가 등 이 전쟁의 향배는 우리에게 얼마든지 '나쁜 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사실 그런 점이 우리의 취약점이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이 '지금까지처럼 생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민심안정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된다. 한때 반미성향의 국가들로부터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이 전쟁을 우리라고 '나 몰라'라고 할 수 없다는 국민적 현실균형감각도 중요하다. 이미 보복공격에 대해 전세계를 향한 '재보복 테러'가 선언된 이상, 우리 땅은 물론 다른 나라 땅에 있는 우리의 재산과 인명까지도 '전선'에 직면해 있다는 현실적인 눈으로 이 사태를 주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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