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령 생태통로 CCTV에 지난 4월부터 7개월 사이 들쥐, 다람쥐, 멧토끼, 너구리 등 모두 18마리의 야생동물이 건너가는 모습이 잡힌 것으로 밝혀졌다. 구룡령은 양양군 서면 갈천리와 홍천군 내면 명개리를 잇는 해발 1,013m의 고개로 지난 94년 2차선 포장도로(56번 국도)가 개통된 태백산맥 주요 횡단로이다. 한편으로는 북으로 설악산, 남으로 오대산을 연결하는 백두대간의 생태 연결고리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구룡령 정상의 폭 30m, 높이 5m, 길이 22.4m에 육교형 생태통로는 이 때문에 만든 것이다. 도로로 단절된 야생동물의 생태통로를 복원한다는 취지에서 환경부가 20억 원을 들여 지난 98년 가을 착공해 지난해 12월 30일 완공했다. 이 공들인 인간의 배려를 야생동물들이 몰라주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이 야생동물의 생태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일까.

여름 내내 들쥐, 다람쥐 등 18마리가 그 '육교'를 건너갔다는 것은 차라리 무슨 우화를 듣는 것 같다. 원주지방환경청 관계자는 "대형동물의 이동흔적이 발견되었다"며 향후 생태통로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 말은 '들쥐도 잡히는 CCTV에 대형동물은 안 잡힌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생태통로 바로 몇 발짝 옆의 휴게소에서 밤낮으로 소음과 차량 사람으로 북적대는데, 야생동물이 그 통로를 통해 도로를 건너 갈 것인지는 아이들도 알 수 있으며, 이미 처음부터 그 점이 문제라고 지적돼 왔었다. 차라리 환경부·산림청간 부처간 이기주의로 합작한 실패작품이라고 시인하는 것이 낙제점 환경행정에 분노하는 국민들을 덜 화나게 하는 것이다. 문제의 휴게소는 지난 98년 9월 산림청에서 건설해 민간임대로 개장했다.

주민, 환경단체가 두 시설 중 하나는 계획을 폐기해야 한다고 문제제기를 했으나, 환경부는 '환경 우선', 산림청은 '먼저 착수한 사업'을 고집하다가 이 지경을 초래했다. 누구든 생태통로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휴게소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그럴 경우 감당 못할 민원이 발생할 것이다. 이때문에 7개월 동안 다람쥐 등이 18번 건너 간 생태통로를 놓고 '앞으로 잘 될 것'이라고 뒷말을 흐릴 것이 아니라,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44번 국도가 지나가는 한계령 정상에 또 생태통로가 생긴다. 환경단체들은 벌써부터 한계령 바로 옆으로 능선을 넘어가는 451번 지방도 대책도 함께 세우라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부가 백두대간에서 전시환경행정의 전례를 시리즈로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런 얘기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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