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추운 주말이었다. 도내 전역이 영하권으로 떨어진 을씨년스러운 주말을 보내면서 누구나 피부에 와 닿는 것을 느꼈다면 아마 어느새 슬그머니 가계까지 침투하기 시작한 '피부경제'의 압박감이었을 것이다. 9.11 미 테러사태에 따른 불안감이라든가, 여야 정쟁에 따른 정치적 불신이 가져오는 불쾌감 등의 경제외적요인 뿐 아니라, 수출부진, 중소기업들의 가동률 저하 등의 경제악재 틈에 끼어 국민생활과 밀접한 공공요금, 난방비 등이 가세해 어려운 살림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마치 IMF 때 같은 심리적 공황을 너도나도 느끼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대풍을 이루고도 쌀이 남아돌아 걱정인 농촌에서는 쌀값 하락이 현실화 됐으며 덩달아 다른 농산물 가격까지 제값을 못 받아 농민들을 시름에 잠기게 하고 있다.

그러나 올 겨울을 이렇게 불안하게 출발하게 해선 안 된다. 도시서민, 농민을 마음 놓게 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서주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서민 정책은 너무 한 귀퉁이로 몰려있다. 통계청 강원통계사무소 발표에 따르면, 10월 중 소비자 물가는 9월에 비해 0.1%,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서는 3.0%가 상승하는 데 그쳐, 두 달째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 피부물가인 생활물가지수는 140.1로 지난달보다 0.2%, 지난해 같은 달보다 3.2%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래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수가 어떻게 나왔든, 지금 물가 안정세를 장담하며 믿을 사람은 없다. 이미 도내 4개 지역의 가정용 도시가스 요금이 평균 13%가 올랐으며, 지자체들이 하반기로 인상 시기를 미뤘던 택시, 상수도, 쓰레기봉투 값 등 지방 공공요금도 대도시에서는 벌써 올라있는 상태이다.

농촌에서는 농산물 값을 안정시키는 것이 만년 적자의 농민들을 치료하는 약이다. 그러나

어제까지만 해도 증산을 강조하던 쌀 정책을 하루아침에 뒤집으며, 농민들을 추곡수매 투쟁현장으로 내 모는 것은 농촌경제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것이다. 더구나 농산물 소비시장의 구조적 모순 때문에 빚어지는 이상가격 형성은 농민들을 앉아서 믿지는 영농을 하게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올 김장채소 생산량은 작년보다 4∼8% 감소했기 때문에 출하농민은 감소량만큼 값이 올라야 제값을 받는 셈이다. 그러나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오히려 '김장 수요 감소로 김장채소 값은 평년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눈 높이를 낮춰 도시서민, 농민경제를 보살피는 정책이 이 겨울 문턱에서 정말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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