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교원 정선주재 취재부장

 전통 재래시장은 '정과 삶' 을 소담하게 담고 있다. 아직은 풋풋한 인정이 넘치는, 삶과 끈기로 생명을 이어가는 곳이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 재래시장의 북적거리던 장터의 아련한 추억도 그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지만, 2일과 7일에 서는 정선 5일장이나 1일과 6일에 터를 잡는 횡성 5일장 등은 그래도 꿋꿋하게 서민의, 삶의 터로서 자리를 잡고 있다. 물론, 예전의 어머니의 품처럼 하루종일 장을 구경해도 못다한 것 같은 포근함과 넉넉함을 안겨주던 풍취는 없다해도 옛 시골장터의 정취가 어느 정도 남아 있다. 산골에서 채취한 각종 산나물과 생필품을 파는 작은 규모의 시골장에서, 지난 99년부터 서울 청량리역에서 '정선 5일장 관광열차' 를 운행하면서 전국 최대 규모의 전통장으로 자리매김한 정선장은 주말에는 많게는 4000∼5000명씩 찾고 있는 귀한(?)장소가 됐다.
 70년대 초중반, 추석명절 등을 앞두고 차례상을 마련하기 위해 할머니와 어머니, 동생들까지 시장으로 진출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어머니가 사 주시던 엿 한가락 입에 넣고, 이것 저것 구경하며 숱한 사람들로 북적이던 장터를 보던 그 모습이 정겹게 그려진다.
 요즘, '전통 재래시장을 살리자' 는 운동이 펼쳐지고, 지자체에서는 대형 유통점과 재래시장이 공존할 수 있는 공간과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재래시장 리모델링과 도시민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재래시장의 신음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게 한다.
 왜 이 지경으로 몰렸을까. 현대화속에 소비시장의 변화에 둔감해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일 수 있다. 시골 작은 도시까지 무차별적으로 침범하고 있는 대형 할인점과 중소형 할인점도 원인 제공자일 수 있다.
 국내 한 경제연구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개의 대형 유통점과 재래시장이 공존할 수 있는 적정 인구 수는 10만~15만명선으로 잡고 있다. 재래시장이 경쟁력을 갖기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다른 수치를 제시하지 않아도 나타난다.
 재래시장은 '고사위기' 를 벗어 날 길이 없는가. 재래시장도 변하고 있다. 소비자 욕구를 따라가기 위한 시설 현대화 작업도 한창이다. 자체 상품권 발행도 하거나 추진중에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차별화·특성화 전략이다. 교통여건도 나쁜 정선 5일장이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은 시골이라는 지역 이미지뿐 아니라, '그곳에 가면 무엇인가 있을 것' 이라는 기대심리가 자극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경오지 않고서는 궁금증이 풀리지 않는 정취가 바로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특화시장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재래시장마다 지역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메리트를 조성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도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한 분위기 조성에 힘써야 한다. 공직자부터 재래시장을 찾는다면 파급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추석 명절만큼은 아이들을 위한 교육적 목적을 위해서라도 재래시장을 한번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진교원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