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어민들이 연안 어로 해역과 어로 시간을 확대·연장해 달라는 요구가 매년 반복되지만 이번의 경우 특별히 공감의 폭이 큰 것은 아마도 일본·러시아와의 어업권 분쟁에서 기득권을 상실한 한국 어업 외교의 실패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동해시 어민들의 '규제가 풀리지 않아 연안 어로 활동에 피해가 많다'는 주장을 단순히 동해 연안에서만 발생하는 국소적 문제로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 꽁치와 명태의 남쿠릴어장 상실 및 북태평양 러시아 쪽 해역에서의 쿼터 축소는 동해안 어민들의 목을 죄는 원인 중 하나라 정부가 나서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대사다. 일본의 반대로 남쿠릴 남부 수역에서 꽁치 조업을 할 수 없게 되자 러시아가 내놓은 남쿠릴 북부 해역은 어종 밀집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경제성 확보에 문제가 많고, 또 러시아의 명태 쿼터 축소 결정으로 국내 수산업이 1조 원대의 피해를 입는다는 분석이 보고돼 두 개 사안 모두 심각한 충격파가 예상된다. 이런 충격은 강원도 동해안 어민들에게도 현실적 고통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동해안 어민들은 이미 어획량 급감, 면세유 인상, 가리비 폐사, 어구 유실 등 최근 1 년 사이에 회복할 수 없는 막대한 피해를 입고 절망하고 있다. 동해안 어업경제는 지금 공황 상태다. 어선들이 적자 누적에 비명을 지르고, 어업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만성적 흉어로 어장을 떠나는 행렬이 끝을 모를 지경이다. 올 상반기에 극도로 나빠진 어업 환경을 극복하려고 고성지역 어민들이 내놓은 어로한계선 북상 요구를 정부 당국이 마침내 허락한 것은 결국 역설적으로 이 지역 어민들의 비극적 현실을 반증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동해시 어민들이 학꽁치 전어 등의 어종이 연안 가까이 몰려드는 이 시기에 도(道)고시 어로 해역을 조정하고 조업 시간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자력갱생을 위한 기본적이고도 당연한 요구라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 경계 강화 등의 이유를 제시하며 규제를 계속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가 부채가 가구당 1천5백만 원이 되는 불행한 현실을 극복하자면 동해안을 넓게 사용함으로써 어획고를 높여야 한다. 하나 얻고 둘을 주는 어업 혐상, 그로 인한 배타적 경제수역(EEZ) 확대, 어장 기득권 상실 등으로 날이 갈수록 어장이 줄어드는 판에 정책의 유연성을 발휘해 숨어 있는 어장을 되살려 결국 동해바다를 크고 넓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어민의 요구를 마다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국방부 행자부 해수부 등 관계 부처 간에 긴밀히 협의하여 이 문제를 긍정적으로 해결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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