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창성 편집부국장 겸 사회부장

 '내셔날 지오그래픽'은 지난해 7월 색다른 특집호를 냈다. 중국 명나라 영락제(永樂帝 1360~1424) 당시 대선단을 이끌고 아프리카 대륙의 무역시장을 열었던 정화(鄭和 1371~1433)와 그의 항해를 다룬 '중국의 위대한 함대'를 특집 보도했다. 이 기사는 정화가 1405년 7월 비단, 도자기, 향료 등을 가득 싣고 난징(南京)을 출항한지 꼭 600주년을 맞아 보도됐다. 당시 정화는 모두 317척의 대선단을 이끌었다. 그를 수행한 선원과 관리는 무려 2만7870명을 헤아렸다. 항해는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1492년)과 바스코 다 가마의 인도 캘커타 도착(1498년)보다 약 100년을 앞섰다. 정화가 진두지휘한 명나라의 보물선은 규모면에서도 놀라웠다. 배의 길이는 122m, 폭은 52m로 바스코 다 가마가 이끈 길이 23m, 폭 5m의 꼬마 배와는 비교조차 안 됐다. 항해는 1405년부터 1433년까지 7차례에 걸쳐 펼쳐졌다. 그의 함대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인도, 이란의 호르무즈, 페르시아만 연안국에 이르렀다. 1417년부터 1433년까지 그의 발길은 아프리카 서부해안인 소말리아, 케냐, 스와힐리까지 미쳤다. 그 곳에서 얻은 다양한 지식과 정보, 그리고 재화는 중국을 살찌웠다. 15세기 중국은 해양 무역상 정화로 인해 세계 초강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정화의 항해후 600년이 지난 오늘. 중국이 다시한번 아프리카 대륙의 맹주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대함대의 선장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다. 중국은 최근 아프리카의 48개 수교국 지도자들을 베이징(北京)으로 초청했다. 지난 4일 열린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베이징 정상회의'에서 중-아프리카의 새로운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한 8개항의 정책이 발표됐다. 중국은 오는 2009년까지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 규모를 2006년의 배로 늘리고, 아프리카연맹 회의센터의 건설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또 3년동안 아프리카 국가에 30억달러를 빌려주고, 수입업체에는 20억달러를 신용 대출한다.
 지난달 14일 밤 중국 저장성(浙江省) 항저우시(杭州市) 젠탄장(錢塘江)에서는 불꽃놀이가 한창이었다. 강위에 띄어놓은 4척의 바지선에서 쏘아대는 불꽃들은 2006 항주 세계레저박람회를 자축했다. 좌우에 25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들이 도열해 있는 강변에서 100만명에 가까운 항주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꽃은 1시간 가까이 항주의 밤하늘을 수놓았다. 4년전 만해도 궁벽한 시골의 논밭이었던 항주의 강남은 고층의 업무빌딩과 초호화 아파트 촌으로 변해 서울의 강남을 방불케 했다. 기자가 항주 방문중 만난 손충환(孫忠煥) 항주시장은 "우리 시는 이제 시후(西湖)시대를 마감하고, 젠탄장시대를 열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앙은 물론 지방까지 이룩한 경제발전을 바탕으로 중국이 다시 세계시장을 열어가고 있다.
 눈과 귀를 국내로 돌려, 오늘날 우리의 좌표를 본다. 국가적 리더십은 없고, 비전은 실종됐다. 지역간, 이념간, 계급간, 집단간의 갈등과 대립으로 하루 해가 밝고, 하루 해가 저문지 오래다. 미래를 위해 오늘을 투자하는 중국의 지도자와 12억 인민. 그들은 600년전 나침반 하나를 들고 망망대해로 나섰던 정화의 후예답다.
남궁창성 cometsp@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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