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호 파로호를 가보면 올 겨울가뭄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호수바닥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말이 실감 날 정도다. 소양강댐 화천댐 등 어느 호수도 저수율이 50% 를 넘지 못하고 있고, 북한 금강산댐으로 북한강 상류가 차단된 평화의 댐은 수위가 배수구 이하로 떨어져 '사수(死水)량'만 남아있는 실정이다. 호수마다 '물 없는 호수'가 돼 사상 최악이 물 기근을 겪고 있는 것이다. 올 겨울 장기 기상예보는 '최근 10여 년간의 이상난동기후에서 벗어나 겨울다운 날씨를 되찾고 지역에 따라 눈이 많이 오는 곳도 있겠으나 전반적으로 건조한 날이 많아 겨울가뭄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겨울이 다 가도록 해갈은 비관적인 것이다. 댐의 기능은 겨우내 강설로 채웠다가 봄에 그 물을 용수로 쓰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바닥이 드러난 호수로 겨울을 나고 나면 내년 봄 물 사정이 어떨지는 불 보듯 뻔하다.

굳이 내년 봄 걱정까지 할 것도 없다. 지난 9월부터 비 한 방울 보기가 어렵게 되자 산촌은 간이상수도가 바닥나 몇 ㎞씩 차를 몰고 가 김장배추를 씻어 왔다는 소리도 들렸다. 양구읍 도사리 주민들은 때아닌 관정을 뚫어 겨우 먹는 물을 구하고 있으며, 소양호 수위가 50m나 내려간 춘천시 북산면 추곡 1리 주민들은 계곡수까지 말라붙어 식수난을 겪고 있다. 바짝 마른 산은 어디나 '산불위험경보' 중이다. 엊그제 고성에서는 한때 초속 12.8m의 강풍까지 몰아쳐 산불 감시원 50명을 전진 배치하는 비상태세에 돌입하기도 했다. 지난 97년부터 개최해 오면서 가장 성공적인 지방축제라는 평가를 받았던 인제 빙어축제도 올 겨울은 그 얼음판 잔치를 열게 될지 불투명하다. 얼음판이 돼야할 소양호 상류가 벌겋게 바닥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다만 수도꼭지만 돌리면 물이 콸콸 나오는 도시민들이 지금 이 기상위기를 제대로 못 느끼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조금만 주의해 보면 지난가을부터 가로수 단풍이 이상하게 드는 등 살아있는 것은 모든 것이 목말라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심각한 가뭄 극복을 위해 도시에도 다음달부터 수영장, 목욕탕, 세차장 등 물 다량 사용업소의 물 사용시간 단축 및 자율 휴무제가 검토되고 있다. 엊그제 국무회의에서는 국민들의 절수운동이 강조되기도 했다. 또 정부는 456억 원을 투입해 전국 782개소 저수지를 준설해 내년 봄 가뭄을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그런 대책은 정부가 내놓는 것이고 이를 "수도세 내는데 무슨 말이냐"고 국민이 따라주지 않으면, 말짱 헛일이 되고 말수밖에 없다. 마치 불우이웃돕기를 하듯, 내가 물 한 방울 아끼지 않으면 이웃집에 물이 끊긴다는 심정으로 이 겨울을 맞는 마음의 넉넉함이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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