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내 이곳 저곳에서 지방 정치인들의 당적 변경 관련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뭔가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지만 이런 현상은 여러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소감이다. 한 마디로 또 그 '철새' 현상이 재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도내 기초단체장 4∼5 명, 지방의원 수십 명이 당적 변경을 염두에 두고 기존 소속 정당을 탈당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모양이고, 또 일부 지역에선 지방의원들이 한 당에 무더기로 입당 절차를 밟았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웬 탈당 및 입당 이벤트인지, 아무리 정치가 그런 것이라는 교과서적인 일반 전제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런 현상을 유쾌히 긍정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두 말 할 것 없이 정치인이 일단 자리를 옮겨 앉으려면 민심을 헤아리고 민심이 이해하는 범위 내에서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유권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최근의 현상은 이 같은 최소한의 명분 당위 절차를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고개를 끄떡일 수 없다. 우리들의 이런 주장은 지방 정치인들이 왜 그런 처신을 하느냐 하는 시비의 차원이 아니다. 사실 한 정치인이 당을 탈당 또는 입당하든 그것은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우리의 관심은 보다 본질적으로 정치적 깊이가 얕은 강원도에서 지방 정치인들의 처신 및 거취가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만큼의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에 모아진다.

지난 98년 6·4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도내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잇달아 소속 정당을 탈당하고 다른 한 정당에 입당하면서 이들을 따라 50여 시군의원들이 자리를 옮겼다. 이런 결과 강원도의 정치적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기울고 말았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정체성을 못 찾고 사고우면하다가 결국 강원도가 정치적 실익을 잃고 말았다는 평가다. 이번 당적 변경 분위기와 '철새 당원' 현상 역시 지난 10·25 재보선 결과에 편승한 감이 없지 않다. 최소한의 외양상의 치장마저 외면한 채 체면 불고의 행동 양식을 불사하고 시류에 편승해 내심 당을 옮겨 앉을 계획을 세운 지방 정치인들은 유권자가 어떤 시선으로 볼 것인지, 강원도의 정치적 위상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한 번쯤 생각해야 할 것이다.

정치인의 입장으로서는 탈당 및 입당이 현실 정치에서 무엇 그리 나쁠 게 있느냐고 묻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명분이 뚜렷하고 과정이 정정당당하다면야 수긍할 수도 있겠지만 극단적 정치 이기주의란 비판을 면치 못할 경우 강원도 지방 정치인들이 받을 부정적 이미지, 또 정치인들의 잘못된 처신과 거취가 몰고올 강원도의 불이익이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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