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 월드컵 본선의 대진표가 결정되던 조(組)배정 추첨은 드라마 같았다. 항아리속 공 열릴 때마다 전세계의 환성과 탄식이 교차했다. 그리고 '우리가 16강에 갈 수 있을까'란 기대와 '일본만큼만 대진 운이 좋았어도…'란 시샘으로 주말을 보냈다. 그런 감정은 월드컵 유치도시이든, 단 한 경기도 치를 수 없는 도민이든 마찬가지이었을 것이다. 다만 '강원도에서도 월드컵을 치러봤으면'하는 아쉬움은 누구나 있었다. 그러나 '강원도는 월드컵도 못 치르고, 2002 동계올림픽도 난관에 부딪쳐 도민이라는 사실이 부끄럽고 서럽다'는 식으로 정리해가며 그 광경을 바라본 도민이 과연 몇 사람이나 되었을까. 그런 점에서 사회지도층에서 "도가 2002년 월드컵 개최도시에서 배제 된데 이어 2010년 동계올림픽 국내유치도 문제 등으로 도민들의 소외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고 도민 심기를 단정적으로 몰고 가는 모습은 매우 걱정스럽다.

2010 동계올림픽 유치문제는 사실상 원점에서부터 재검토될 수 있는 상황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도 모르게 됐다. 그리고 강원도민은 지금 '올림픽개최 도시민으로써의 역량이 재검증되는 중요한 때'를 맞고 있는지 모른다. 말 그대로 동계올림픽은 인류의 겨울스포츠 제전이다. 월드컵은 그 보다 훨씬 높게 지구촌의 조명을 받는 스포츠 제전이다. 그렇다면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도민적 결의 못지 않게 올림픽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시민역량도 매우 중요하다. 이 때문에 드디어 2002 월드컵이 카운트다운 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하는 마당에 "강원도에서 경기를 못 치른다"는 이유만으로 노골적인 불만이 표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요즘 도민들이 갖는 불편한 감정 속에서 그 엑기스라고 할만한 것들만 뽑아 여론화함으로써 그것이 정치적 도구로 변질될 수도 있다면 이는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 그런 여론몰이가 도민들의 피해, 비하, 열등의식 그리고 패배감만 더 부추긴다면 이는 도민 모두를 불행하게 하는 것이다. 강릉 월드컵후보도시 유치는 서명운동, 입장권 미리 사기 등 최선을 다하고도 실패한 것이다. 그리고 오래 전 얘기다. 새삼 이를 꺼내들고 "우리는 들러리다" 운운한다고 누가 들을 리 없으며, 뭐가 떨어질 것도 없다. 그 실패를 교훈 삼아 두 가지 사실에 치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중국의 3경기 중 두 경기가 광주 서귀포에서 열리게 돼 기대가 반감되긴 했지만, 월드컵특수의 물결에 편승해 실속을 차리는 방법론의 개발이다. 그리고 강원도의 고유성·정체성을 세계에 알리고 그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가장 강원도적인 기획으로 결국은 2010 동계오륜도 강원도로 오게 해보자는 것이다. 도민들의 공연한 패배의식은 지금 강원도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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