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가 지정한 '여성 폭력 긴급 의료지원센터'가 도내에서 처음으로 강릉 동인병원에 개설되었다.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에게 효율적이고 안정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일차적 임무와 기능이지만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각종 지원을 통해 이들로 하여금 빠른 시일내에 정신적 안정을 되찾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하도록 돕는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폭력의 그늘에서 육체적 정신적 고초를 겪으며 신음하는 여성들에게 정부가 정책적인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성폭력은 그 피해자가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과 피해 자체를 내놓고 호소하거나 법적인 대응방법을 찾기가 쉽지않다는 점에서 일반 폭력과 다르다. 성폭력의 피해자들은 수치심때문에 일반 병원을 찾아 진료 받는 것 자체를 꺼리고 남의 이목을 의식해 고소 고발에 필요한 진단서조차 손쉽게 발급받지 못한다. 입으로 표현할 수 없는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공포를 느끼면서도 홀로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흔하다. 피해 정도가 심한 경우 고통과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포자기해 일생을 망치는 사례도 있다. 한 개인을 파멸로 이끌고 한 가정을 파탄으로 몰아가는 것이 바로 성폭력이다.

이처럼 복잡하고 미묘한 입장에 빠진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해 정부가 진료기관을 지정하고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입원 수술까지 받을 수 있으며 피해자의 법적 대응을 돕는 증거수집과 진단서 발급까지 이른바 원스톱 체제로 해결할 수 있다니 여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종합 지원센터 구실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성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우선 6개 의료기관을 선정해 시범운영한다고 밝혔지만 되도록 빠른 시일내에 전국 확산을 계획해야 할 것이다. '여성폭력 긴급의료지원센터'가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지원하는 기본업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여성의 권익과 복지를 증진하는 정책적 의료기관으로 발전하는 방안도 장기적 과제로 연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와 정책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그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역시 일선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마음이고 손길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성폭력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을 따뜻하게 감싸안는 의료진의 마음과 이들의 정신적 육체적 아픔을 치료하는 인간적손길이야말로 이 지원센터의 존재가치를 높이고 성폭력 피해자들의 쾌유를 앞당기는 요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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