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조수 '월동대책'이 마련됐다. 문화재청은 지자체와 민간단체 협조를 받아 조류 모니터링과 먹이주기, 밀렵 감시활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불법포획 야생동물의 가공품이나 음식물을 취득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기로 한 '야생동식물보호법'은 내년 발효 예정이다. 이를 야생동물 보호의 하드웨어라고 한다면, '야생조수 월동대책'은 이에 대한 소포트웨어라고 할 만 하다. 생물자원 보호뿐만 아니라 이미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밀렵과 밀거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런 구체적 대책이 선다는 것은 매우 반갑다. 다만 너도나도 유행이 되다시피 한 '먹이주기'에 대한 인식도 이제는 검증 받아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야생조수의 사전적 뜻은 '산과 들에 저절로 나서 자라는 인간에 의하여 길들여지지 않은 동물'이다.

임업연구원은 우리나라 야생조류가 잡아먹는 산림 곤충량을 5조520억 마리로 산출하고 이 중 10%가 산림에 직접 피해를 준다고 볼 때, 이들 조류의 피해지역 방제효과는 무려 연간 7천578억 원에 달한다고 평가한 일이 있다. 야생조수의 경제적 가치를 단적으로 제시하는 자료다. 그러나 야생조수는 생태계의 생산과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생태적 가치, 수렵 낚시 탐조 등 리크레이션 가치, 심미적 가치, 사회·교육·과학적 가치 등 이루 말할 수 없다. 문제는 그런 가치 판단에 따라 '먹이주기'를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과잉 열정은 오히려 생태계의 질서를 깨고, 야생조수를 괴롭히는 자연에 대한 인간간섭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검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향로봉산맥 DMZ 일대에서 군인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향해 산양 떼가 달려오는 것을 TV에서 보았다면 누구나 환성을 질렀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정도가 지나치면 자칫 '자연 길들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않으면 안 된다. 사실 각종 '먹이주기' 캠페인 가운데는 야생조수를 가축이나 애완 동물로 보는 인식혼란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야생조수 '먹이주기'는 폭설 등 재해구제나 '최소생존개체군(minimum viable population) 보호' 등 전문지식의 바탕에서 이뤄져야 하며, 남발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유행병으로 죽은 가축, 유전자 조작 곡식, 육골분 사료 등이 '먹이'로 뿌려졌을 때, 전혀 면역이 없는 예민한 야생생태계의 교란은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이는 곧 자연, 즉 야생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일 뿐 아니라, 자연을 돕다가 자연을 파괴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먹이주기가 국민계도란 큰 교육적 효과를 쳐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제 그 '운동의 질'을 높임으로써 국민의 환경의식의 질도 높여야 된다는 점을 생각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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