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이 오염돼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지하수가 오염될 경우 어떻게 된다는 우려들은 있었지만, 그것이 사회문제화 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땅속의 물이 어떻겠나'하는 안일한 생각들이지만 사실 이젠 지하수도 못 믿을 지경에 이르고 있다. 지하수를 국토의 혈관이라고 한다. 이 혈관에 '죽은피'가 흐른다면 이 땅이 어떻게 되겠는가. 이미 그 빨간불이 켜진지 오래이며 이제 비싼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안 되게 된 지경에 이르렀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지난 8월부터 4개월 간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주면서까지 지하수를 이용하고 방치해 버린 폐공을 찾기 위한 캠페인을 벌인 것은 상황이 이처럼 심각한 데까지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폐공이란 '현재 또는 미래에 이용할 계획이 없고 오염방지를 위한 별도의 조치 없이 방치되어 있는 지층을 굴착한 모든 공(hole) 또는 우물(well)'. 그러니까 공장에서 이용하는 지하수에서부터, 가정 우물, 지난 가뭄 논에 물을 대기 위해 팠던 관정에 이르기까지 물을 얻기 위해 땅속에 구멍을 팠으나 지금 쓰지 않고 있는 것은 모두 해당되는 것이다. 통상 관정은 3개를 파야 쓸 수 있는 것 하나가 나온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지난 98년 말 현재 건교부의 지하수 조사연보에 기록된 전체 관정수 97만여 개만 놓고 계산하더라도 방치상태 관정은 2백만여 개에 이를 것이란 추정이다. 더구나 지하수법 제정으로 정부 통제를 받기까지 아무런 법적, 제도적 규제 없이 무절제하게 개발되던 과거의 것이나, 올 가뭄에서처럼 '급한 대로 일단 파고 본 것'까지 합하면, 국토가 온통 구멍 투성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내에도 6천여 개가 넘는 폐공이 방치돼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이 중 올 가뭄으로 팠던 관정 1천 700여 개는 원상복구 됐다. 그렇다면 4천여 개의 폐공이 신고돼야 하는 데도 단 10여 개만 신고됐다는 것이다. 폐공 메우기 캠페인이 전국적으로 실시되고 있지만 아마 그런 사정은 곳곳이 비슷할 것이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우선 토지소유자가 폐공 처리비용을 부담하도록 한 규정 때문일 것이며, 또 다른 이유는 아직도 지하수 오염이 불러 올 재앙이 어떤 것인지, 지하수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나, 관정을 파는 사람 모두가 위기의식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지하수는 그것이 마실 물이든, 공업용이든 그리고 농업용이든 강물이 부족할 때, 마구 퍼 쓸 수 있는 '대안 수자원'이 아니다. 후손들이 쓸 생명수이자 미래에 쓸 자원이라는 인식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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