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연 영동본부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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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시가 지난 연말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이어 지난 9일 전례없는 대규모의 인사를 단행했다. 강릉시 공무원의 42%가 자리를 바꿔 앉고, 거의 모든 공무원이 새롭게 명칭이 바뀌어진 부서에서 일을 하게 됐다.
 인구가 줄고, 경제는 침체되고, 관광객이 감소하고, 이 때문에 공무원에 대한 시민들의 눈길도 곱지 않은 상황에서 자연스런 변화를 기다릴 수만은 없는 게 인위적인 혁신에 나선 이유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변화 추구 방식에서 '새 부대'는 만들어진 셈이다. 이제 새 부대에 어울리는 새 술을 만드는 과제가 남겨져 있다.
 새 술은 변화 또는 성과다. 그러나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또한 새로운 형식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혼란이 불가피하고 저항도 수반된다.
 인사 이후 강릉시청은 어수선한 한주일을 보냈다. '새로 업무를 맡아 잘 모르겠다'는 답변에다 사무실을 옮기느라 전화가 끊어지고 낯선 새 부서 명칭과 사무실을 찾는 민원인의 불편도 이어졌다. 그러나 혼란은 일시적이다. 곧 정상을 찾게 될 것이다.
 내재돼 있는 저항이 문제다. 사람에게도 어제처럼, 관행대로 살고 싶어하는 관성의 법칙이 작용한다. 스스로 자극을 만들어 변화하는 사람도 있지만 예외적인 경우다. 대부분 관성에 눌려 살아간다. 심지어 어리석은 사람은 혹독한 시련을 겪은 뒤에야 변화에 끌려가기도 한다.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춘추시대 제나라에 명재상 안영이 있었다. 어느 해, 초나라의 영왕이 안영을 초청했다. 당시 제나라를 우습게 봤던 영왕은 마침 제나라 출신 도둑이 잡혀 오자 안영에게 들으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제나라 사람은 도둑질을 잘하는군." 안영은 태연히 답했다 "제가 듣기로는 귤이 회남에서 나면 귤이 되지만, 회북에서 나면 탱자가 된다고 들었습니다. 물과 땅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제나라에서 나고 성장한 자는 도둑질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초나라로 들어오면 도둑질을 합니다. 초나라의 물과 땅이 백성들로 하여금 도둑질을 잘하게 하는 것입니다"라는 고사에서 유래한 사자성어다.
 기후 등의 환경에 따라 귤과 탱자로 나뉘듯 사람도 주위 환경에 따라 변한다는 얘기다.
 새 부대를 만들면 새 술이 만들어진다는 얘기도 된다. 다만 관성을 깨고 변화하기 위해서는 관성의 크기보다 우월한 힘 또는 자극이 필요하다.
 첫 자극으로 보고서 없는 토론 방식의 2007 강릉시 업무보고가 도입됐다. 업무를 추진하는 자세의 변화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관행과 답습에 얽매인 업무 풍토를 극복하자는 최명희 시장의 의지가 담겨져 있다. 일하지 않는 공무원은 물론, 성과없는 일에 매달리는 공무원도 설땅을 잃게 되는 엄정한 평가도 뒤따를 전망이다.
 스스로 변화를 향한 자극을 만들어 내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닥쳐오는 외적 변화를 절박하고 능동적인 자세로 수용하는 각오가 필요해 보인다. 외부로부터 닥쳐오는 자극에 둔감하거나 무시하다가 혹독한 시련을 맞기 전에 스스로 '귤'과 '탱자'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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