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창성 편집부국장 겸 사회부장
"존경하는 한국영사관 선생님. 저는 북조선 탈북자로, 국군포로 ○○○의 장손입니다. 할아버지는 1928년 전남 ○○에서 태어났습니다. 할아버지는 생전에 저보고 '너라도 꼭 (남조선에) 가서 할아버지 형제를 찾아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열네 살 때 중국 용정을 다니면서 밥과 쌀을 빌어 집에 가져갔습니다. 어머니와 중국을 넘어 오다가 사람 장사들한테 잡혀서 한 불구자한테 팔려갔습니다. 열다섯 살에 도망쳐 나와 숨어 살았습니다. 열일곱에 배관일을 3년 동안 하다가 공안에게 붙잡혀 북송됐습니다. 감옥에서 매를 맞으면서 1년을 살았습니다. 출감후 다시 탈북해 ○○시에 와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목욕탕에서 청소도 하고 때도 밀었습니다. 저는 북조선으로 갈 수도 없습니다. 이번에 잡히면 15년 동안 감옥생활을 해야 됩니다. 중국에서 살 수도 없고 하루하루를 공포속에서 보냅니다. 살길은 대한민국밖에 없습니다. 할아버지의 소원을 풀어 드리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다시한번 부탁드립니다." 국군포로 손자가 지난해 7월 중국 선양(瀋陽)주재 한국영사관에 'SOS’를 요청하며 보낸 편지다. 그러나 편지의 주인공은 결국 강제 북송돼 현재 감금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의 국경도시 신의주와 중국의 변경도시 단둥(丹東)은 압록강을 경계로 마주보고 있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요즘같은 갈수기의 압록강은 개울과 같다. 바짓가랑이를 걷으면 쉽게 건널 수 있다. 기아에 지친 탈북자들의 주요 탈출구다. 조중변경(朝中邊境)에는 북한의 국경 수비대원들이 중국이 아닌 북조선을 향해 버티고 서서 탈북을 총칼로 막고 있다. 단둥에서 고속도로와 열차를 타고 반나절이면 갈 수 있는 곳이 중국 동북 삼성의 중심 도시인 랴오닝성(遼寧省)의 성도 선양이다. 주중 한국 총영사관이 있고, 조선족과 탈북자 그리고 남조선 사람들이 만나는 시탑(西塔)거리도 있다.
탈북자 강제송환 문제가 터졌다 하면 전국민들의 시선이 선양의 한국공관에 쏠리고 있다. 우리 정부의 탈북자에 대한 면박과 천대 그리고 박대가 반복되면서 국민적인 공분도 커가고 있다. 사태가 심각하자 야당은 국군 포로가족 강제북송과 관련, 진상조사단을 현지 공관에 보낸다고 밝혔다. 영화 '태풍'에서 남조선에 대한 증오심을 키우며 핵 폐기물로 한반도를 쓸어 버리겠다던 탈북 소년 '씬'. 언제 그 같은 괴물이 나오지 않을까 정말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