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삼 영북본부 취재부국장

photo_caption
 요즘 한 전직 대학교수의 법관 석궁 테러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판결에 불만을 품은 소송 당사자가 재판장에게 테러를 가한 사상 초유의 사건은 어떤 변명과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민주사회에서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전직 교수를 끔찍한 범죄자로 만든 이번 사건을 놓고 '쇠 귀에 경 읽기'에 그쳤던 국내 수학계의 경직된 풍토를 탓하는 비난도 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이 됐던 지난 95년의 대학입시문제 오류 논란에 대해 당시 국내외 저명 수학자들과 외국의 유명 과학저널에서 문제의 오류를 지적하며 한국 수학계의 올바른 대응을 계속 촉구했는데도 불구하고 수학계는 남의 일처럼 무관심, 결과적으로 법관 테러라는 비극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문득 '국내 관광 제1도시'를 자부하는 속초시의 고질적인 불친절과 바가지 상술이 걱정되는 것은 왜일까.
 속초시는 지난 2003년 금강산 육로관광이 본격 시작되면서 설악산 관광경기가 침체되는 된서리를 맞았다.
 게다가 어족자원 고갈로 인한 어획부진으로 지역경제를 지탱하던 한 축인 수산경기마저 퇴보하면서 지역경제가 큰 불황에 빠져들었다.
 설상가상으로 피서철이나 단풍관광철 등 성수기 때 모처럼 속초에 몰려온 관광객들에게 음식업소나 숙박업소의 바가지 상술이 기승을 부리면서 그나마 찾아오던 관광객들이 속초를 외면하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속초지역 경기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속초시는 민선4기 들어 지역경제 살리기를 시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관광경기 활성화 및 지역경기 부양을 위한 세부방안의 하나로 각 업소들의 친절서비스 배가운동을 시작했다.
 외부 강사를 초빙해 업주와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손님에게 인사하는 법, 손님 배웅하는 법, 미소짓는 법 등 귀찮을 정도로 친절마인드 교육을 실시했다.
 또 업종별 협회 및 지부를 통해 친절서비스만이 지역경제를 살리는 길임을 강조하며 친절서비스 운동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결과는 '쇠 귀에 경 읽기'였다.
 고객맞이 친절은 잠시 뿐, 불친절과 바가지 상술은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새해들어서도 이같은 병폐는 되풀이되고 있다.
 오죽했으면 새해들어 속초를 다녀간 일부 관광객이 속초시 홈페이지에 업소의 바가지 상술과 불친절에 대한 글을 올리며 "다시는 찾고 싶지 않은 속초"라고 울분까지 토해냈을까.
 이 때문에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업소별로 가격자율화를 실시해 바가지 상술과 불친절 업소는 시장논리에 따라 자연도태시켜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미루어 짐작컨대, 지난 연말 새해 해돋이를 보러 속초를 찾은 관광객들이 시내 모텔에서 하룻밤을 묵는데 25만원씩 줬다는 얘기도 부풀려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다.
 겨울방학을 맞아 요즘 주말이면 자녀들과 함께 가족단위로 속초를 찾는 관광객이 부쩍 늘고 있다.
 그런데 부모를 따라온 자녀들이 불친절과 바가지를 목격하면서 속초에 대한 나쁜 인상을 갖게 돼 향후 잠재 관광객마저 놓치는 결과를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
 바가지 상술은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어두워 나중 일은 생각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지역 업소 전체의 공멸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관광경기 의존도가 높은 속초 경제를 도탄에 빠뜨릴 수도 있다.
 친절서비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적어도 '쇠 귀에 경 읽기'는 되지 말아야 한다.
 '다시는 가고싶지 않은 속초'가 아니라 '다시 찾고 싶은 속초'가 되도록 지역 구성원 모두가 주위를 새롭게 돌아볼 때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