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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에 나가면 온통 대통령 선거 이야기다. 후보에 대한 개인적인 호오(好惡)에서부터 향후 정치전망까지 듣기만 해도 넘치고도 남을 지경이다. 최근 들어 후보간에 누구를 검증하겠다며 칼을 들이대자 마치 불에 덴 것처럼 대선판도가 시끄러워지고있다.
 강원도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대선주자들이 스치고 지나가는 자리에는 어김없이 무슨무슨 포럼이니 산악회니 라는 형태의 조직이 남겨져 있다. 편가르기니 양다리니 하는 말로 비판하지만 세확장이 급선무인 이들에게는 공염불이다.
 그러다 보니 여유가 없다. 마치 100미터 경주를 하는 사람들 같다. 먼저 깃발을 들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지금은 선거를 10개월 앞둔 시점이다. 아직 불투명한 경선일정이 남아 있고 유동적인 정치상황들이 출렁대고 있다.
 강원도는 그동안 몇차례의 대선에 뼈아픈 경험을 겪었다. 대표적인 것이 대세론이라는 환상에 빠진 것이다. 최근 두 번의 대선에서 강원도의 유력한 정치인들은 끝까지 좌고우면하다 선거 막판에 대세론을 향해 발 길을 돌렸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도지사에 시장, 군수들까지 강제로 끌고 투항한 그곳에 대세는 없었다.
 그 결과 돌아온 것은 강원도에 대한 인색한 대접이었다. 역대정부에서 강원도 무대접 푸대접을 거론할 때마다 정치권에서는 "누가 그렇게 투표하라고 했느냐"는 참 듣기 거북한 핀잔들을 들어야만 했다. 별다른 변명거리도 없었다.
 강원도 인사들이 대세론에 집착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강원도 정치력의 한계를 거론할 수밖에 없다. 부족한 인구에 부족한 자원은 정치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더욱이 권력의 가장자리에 있어본 경험도 없다. 선배정치인들로부터 별다른 학습을 받을 기회도 없었다.
 세력은 없고 권력으로부터는 먼 이런 경험들이 별다른 반성없이 계속되다보니 강원도 정치권은 시대의 흐름을 놓치기 일쑤였다. 세상은 바뀌고 있는데 강원도 정치권 인사들은 그 알량한 기득권에 안주하는 경향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것은 여·야를 떠나 마찬가지였다. 이럴 때 가장 편한 방법은 사람 많은 마차에 슬그머니 올라타는 것 뿐이다.
 최근 들어 다시 대세론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 실체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여론조사 결과 때문일 수도 있고 당내 역학관계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도내 인사들은 마치 봇물 터지듯이 그 대세론에 휩쓸려 들어가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에는 첫 장면에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맥베스 장군에게 마녀들이 나타나 왕이 될 것이라는 계시를 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충성을 다해 모시는 왕이 있음에도 불구, 맥베스는 흔들리고 결국 왕을 살해한 뒤 스스로 왕위에 오른다. 맥베스의 파국으로 끝나는 이 희곡은 권력에 대한 유혹이 얼마나 달콤하고 잔인한 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주변을 돌아보면 그 유혹들은 도처에 널려 있다. 최근 들어 아마 귀엣말로 살며시 다가와 그 대세론의 유혹을 속삭일 지 모른다. 벌써 일부 지역에서 차후 공천이나 자리보전 등에 대한 얘기들이 오가는 것을 보면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현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다. 대세에 순응하는 것이 허물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앞 뒤가 바뀌었다. 어떤 결정에 앞서 좀 더 투철한 역사인식과 사회적인 의미들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정치인이라면 이런 시대적 상황, 앞으로 전개될 미래들에 대해 깊이있는 토론과 고민이 필요하다.
 더욱이 가장 열악한 현실에 놓여있는 강원도 입장에서 정치인들의 선택은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제 정치를 갓 시작한 정치 초년생들조차 이리저리 휘둘려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고 눈총을 받는다면 대선으로 우리에게 돌아올 결과는 굳이 12월까지 가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맥베스 부인은 주저하는 남편 맥베스를 향해 "저 왕관은 자기를 원하는 이에게 소원하거든 단행하라고 외치고 있다"고 사주한다. 과연 도내 정치권에 '단행하는' 소신이 있는 지도 궁금하지만 '무엇인가 원하거든 내 뒤를 따르라'는 말에 쉽게 자리를 내주고 있는 것은 아닌 지 걱정이 앞서는 2월이다.
<송정록 서울본부 정치부장 jrso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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