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빚에 몰린 학생들을 고객으로 악성고리채가 대학가에 번지고 있고, 그 빚을 갚지 못해 자살을 택하는 사람이 생기더니, 엊그제는 고성에서는 오로지 카드 빚 변제 목적의 강도사건이 발생했다. 또 어떤 일을 빚어낼지 모를 만큼 이 사회가 온통 '카드 신드롬'에 휩싸여 있는 느낌이다. 카드 빚 때문에 빚어지는 이 비극적인 사건이 사회의 특정 부류나 집단에서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사실은 이 나라 성인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카드를 쓰고 있으며, 자칫 계획성 없는 씀씀이가 잦아진다면 누구라도 카드 빚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고, 그 빚 가리기를 고민해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모든 서민가계가 지금 그 빚의 유혹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당국은 예서제서 터지는 이 '카드 사건들'을 신용사회에서 가계가 무너지는 경고음으로 듣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카드 상거래는 세원 포착을 용이하게 해 세수 증대에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마치 정부는 그 점만 노려 신용카드 사용 권장정책을 펴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 신용카드 시장은 드디어 매출규모 400조 원대를 돌파하며 사상최대의 순이익까지 올렸다. 향후 2∼3년간 연평균 30∼40% 수준의 꾸준한 성장도 예상되고 있다. 이 시장이 그냥 형성된 것이 아니다. 수십 가지 신종 카드 가운데는 초특급 호텔의 무료숙박권은 물론 수천만 원까지 현금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신 판·검사 의사 교수 고위공무원이나 소지할 수 있는 '귀족카드'까지 등장했다. 그런가하면 수억 대의 몸값을 들이며 톱스타들을 CF에 동원하며 무차별적 시장공략을 하고 있다.

요즘의 '카드 신드롬' 은 그렇게 만들어진 신용사회 부작용인 셈이다. 지난해 카드 사용 실적은 447조원으로 1년 새 88%가 늘어났다. 그러나 카드 빚이 확대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빚을 가릴 수 없는 층의 규모가 늘어나는 것이 문제다. 100명 중 3∼8명은 카드 빚 변제 에 대한 부실징후자로 분류될 만큼 신용불량자 층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빚 부담이 도내와 같은 중소도시민들에게 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이들에게 더 큰짐이 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카드 빚은 돈 쓰는 습관에 따른 개인문제다. 그러나 경고음이 들리는 이 시점에서 정부가 할 일은 카드가 신용사회의 도구일 망정 흉기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우선 만20세 미만에 대해 카드발급을 금지하려는 조치를 실현시켜 청소년만이라도 빚쟁이가 되지 않게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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