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창성 편집부국장 겸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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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군수가 19일 오후 검찰에 전격 구속됐다. 지난 13일자 본지 사회면을 통해 뇌물수수와 관련해 도내 모 자치단체장이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첫 보도된 후 꼭 일주일 만이다.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지난 일주일 동안 검찰과 언론은 주말도 없이 긴박하게 돌아갔다. 고성군수의 측근 강모(45)씨가 13일 구속된데 이어 돈을 건넨 사업자 장모(53)씨도 같은 날 구속됐다. 이날 고성군수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서 7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도의회 부의장을 지낸 김모(49)씨도 이날 긴급 체포됐다. 검찰은 다음 날인 15일 고성군수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는 주말과 휴일도 없이 속도를 냈다. 17일 전 도의원 김모씨가 구속됐고, 고성군수는 19일 법원의 영장 실질심사를 받고 구속됐다.
 이번 사건은 이전의 유사한 사건과 비교해 여러가지 점에서 그 양상이 다르다. 먼저 아파트 신축과 화진포 관광지 개발 등을 둘러싸고 오고간 뇌물 수수사건이 검찰수사로 그 실체가 일부 드러나기 시작하며 구속된 정치인과 공무원 등이 무려 5명이다. 뇌물수수 금액도 예전과 그 규모와 단위가 다르다. 그동안 뇌물은 수백만원에서 많아야 수천만원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군수 측근이 받은 뇌물액수는 무려 3억2000만원이다. 전직 도의원이 받은 뇌물도 1억원이다. 군청 공무원이 받은 뇌물 역시 1억원을 넘고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이번 사건은 주목을 받고 있다. 구속된 사업자 장모씨가 조성한 것으로 보이는 비자금 규모가 1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도의 경제규모 등을 감안할 때 100억원대의 비자금 규모도 놀랍지만 돈의 사용처가 검찰과 언론의 관심이다. 확인된 5억원 규모의 비자금이 전직 도의회 부의장, 군수 측근, 관련 공무원 등에게 흘러간 것으로 볼 때 나머지 돈의 행방 역시 사업추진에 필요한 정·관계 등의 인사들에게 폭넓게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사업자가 국내 최북단 인근인 화진포에 콘도 등 대규모 관광지 개발사업을 추진했던 점으로 미뤄 사업 추진과정에서 각종 편의와 힘을 써줄 수 있는 인사들이 로비대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고성군수 구속이후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공직사회가 검찰을 주시하는 이유도 '다음 차례는 누굴일까'하는 긴장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수사의 칼끝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 국민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총리의 좌우명은 '신무반무 심우천하(身無半畝 心憂天下)'다. '몸은 비록 반 마지기의 땅도 없지만 마음만은 천하를 걱정한다'는 중국 청나라 말 재상 좌종당(左宗棠(1812~1885))의 말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16일 전국인민대표회의(全人大) 제10기 5차 회의가 폐막된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모든 권력은 인민이 부여하고, 인민에 속하고, 인민을 위한 것이다. 모든 것을 인민에게 의지하고, 모든 공은 인민에게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 지방선거에서 지역 주민에 대한 무한 봉사를 약속하며 출마했던 단체장과 전직 도의원 등이 거액의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고, 하급 공무원이 억대의 뇌물을 받아 챙기는 현실에서 존경받는 공직자와 지도자는 있을 수 없다. 10년된 낡은 점퍼를 입고, 닳아 두번씩 밑창이 터진 운동화를 신고, 중국 대륙을 누비며 '신 중화 건설'을 지휘하는 원자바오 총리와 같은 지도자가 우리에게 없음이 안타깝고 한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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