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도 변해야 살아남는다"며 병원마다 아우성을 치는 시대다. 문만 열면 흑자를 낼 수 있는 시대, 즉 병원이 환자를 선택하던 시대에서, 병원이 환자로부터 `선택'당하는 시대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하물며 구조적인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이들 민간병원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지방공사 의료원으로써는 '변해야 살아남는다'는 말이 더 피부에 와 닿을 수밖에 없다. 道가 5개 지방공사 의료원에 대한 중·장기 경영전략을 마련해 각 의료원을 '전문 및 특성화'해 가기로 한 것은 이런 변화 욕구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라고 평가할 만 하다. 속초의료원을 '실버산업 및 특수질환', 삼척을 '양·한방 진료', 영월을 '진·규폐 전문 요양' 등으로 특화 한 것도 임상경험과 지역 여건을 감안해 제대로 짜여졌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그런 그림은 그릴 수 있다. 그러나 어떻게 마스터플랜대로 운영해 갈 것인가가 문제이다. 재작년 정부가 전국의 지방공사 의료원들을 수술대에 올려놓고 경영합리화방안을 모색하려 했을 때도 드러났지만, 일단 지방공사 의료원의 시설, 인력, 서비스 수준이 민간 의료기관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는 점이다. 의료원들이 '크게 뒤떨어지는 수준'으로 이웃의 대학병원, 민간종합병원과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의료원의 경영자립도는 갈수록 낮아지고 이같은 경영악화는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道는 이번에 중·장기경영전략을 마련하면서 2010년까지 388억 원을 들여 시설과 의료장비를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자치단체 살림 형편으로는 막대한 투자규모일 수 있다. 그러나 첨단의료장비 하나에도 몇 백억 원이 들어가는 마당에 이 정도의 투자규모로 5개나 되는 의료원이 '크게 뒤떨어지는 수준'을 보완하고, 이어서 전문화·특화의 길로 들어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지방공사 의료원의 재정 적자 이유 중 하나가 같은 규모의 민간병원에 비해 진료비가 저렴하기 때문이라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道의 이번 마스터플랜 속에는 이같은 적자를 보전할 대안도 포함됐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를테면 민간병원에 비해 낮은 진료비의 차액을 정부가 보태주는 방법의 하나로 '공공 보건 사업비를 늘려 달라'는 대정부 건의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보여진다. 道가 지방의료원 경영개선에 강력한 입장일 수 있는 것은 도내 의료원들이 대부분 의료서비스 취약지역에 위치함으로써 타시도에 비해 공적의료서비스 비중이 월등히 높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전체 지방공사 의료원의 문제는 강원도의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모처럼 만들어진 '전문·특화' 계획에 대해 정부지원도 촉구되는 역량을 道당국이 발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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