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소양댐 부근 윗샘밭에 자리잡은 해강 아파트 주민들은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하며 설움과 분노를 삭이고 있다. 해강아파트를 관리해온 임대업체가 파산하고 지난 해 겨울 법원의 아파트 경매로 졸지에 보금자리를 잃은 입주민들이다. 경매에서 49채의 아파트를 낙찰받은 타지역 사람이 최근 이들 입주민들에게 아파트 매수 또는 전세입주 의향을 묻는 설문서를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를 사든지 전세 월세 계약을 새로 하든지 선택하라면서 임대보증금 전세가격 매매가 등을 제시했다고 한다.

경매든 개별 매입이든 소유권을 법적으로 인정받은 집주인이 재산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은 아무런 하자가 없다. 집주인이 자기 소유의 건물 매매가나 임대보증금 전월세 가격을 정해 원매자 혹은 임차 희망자에게 제시한 것도 법적인 문제가 없다. 입주민들은 아파트 소유주의 요구에 응해 임차계약을 새로하든가 매입하든가 집을 비워주는 수 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다. 그것이 돈 없고 집없는 사람들의 설움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당장 집을 내놓거나 재계약을 하거나 경매 낙찰가보다 비싼 값으로 아파트를 사야하는 입주민들의 입장을 생각하면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한 기업의 도산으로 몇년동안 살던 집에서 맥없이 쫓겨나야 하는 서민들의 처지가 안타깝지만 이들에게 도움을 줄 방법이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지난 해 가을부터 겨울까지 3차에 걸친 해강아파트 경매과정에서 이 아파트 입주민 275세대 800여명이 내 집을 지키기 위해 보인 몸부림은 눈물겨운 것이었다. 이들은 대책회를 구성하고 경매장에 모여들어 눈물로 '경매 포기'를 호소했다.그렇게 해서 1,2차 경매가 유찰되었지만 마지막 3차 경매에서 275채 중 140채가 외부인들에게 낙찰되고 말았다. 외부인 낙찰자 중에는 49채를 낙찰받은 타지역 사람도 있고 지척에서 입주민들의 고통을 지켜보며 9채를 낙찰받은 지역내 현직 교장도 있어서 입주민들의 분노를 샀다.

해당 아파트의 입주민들은 다시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찾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뾰족한 수가 없는 상태여서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한다. 다만 입주민들에게 우선분양권을 준다는 당초의 입주계약서를 근거로 법원에 항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법원판결이 어떨지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 아파트 업체의 부도 파산 때마다 힘없는 서민들이 피해를 보는 현상이 잇따르고 있어도 이들을 구제할 방법이 없는 현행법규를 보완해 서민대중을 위한 '아파트 행정'을 펴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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