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 김윤규(金潤圭) 사장이 엊그제 금강산으로 가면서 "금강산특구지정으로 금강산관광이 활성화되고 육로관광이 실현되면 속초가 전진기지가 될 것이며, 앞으로 금강산과 속초권을 연결하는 패키지관광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부진한 금강산관광 열기가 불붙고,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금강산 온정리까지 찻길이 트일 경우 영북지역 판도가 어떻게 변할 것이며, 패키지관광 그 이상의 메리트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전망이다. 문제는 현대아산 측이 금강산으로 갈 때마다 던지는 그런 말에 이젠 아무도 솔깃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금강산사업을 '밑 빠진 독', '일방적 퍼주기'라는 비난여론의 방패막이가 되면서까지 강력한 협력자적 입장이던 강원도민들로부터도 현대아산이 신뢰를 잃어간다는 감(感)을 감지하게 하고 있다.

도민 입장에서는 금강산 사업이 '우리 땅'에 이뤄지는 사업인 만큼 그 기대나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금강산 항구'를 잃던 동해시의 경우, 최근 설악권 주민들의 '금강산 수학여행 경비 대주기 반대', 풍선처럼 육로관광 꿈을 부풀리던 고성지역 주민들의 지친 기대를 보면서 느껴지는 것은 "현대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광공사가 금강산사업 자금지원 계획으로 금강산여관과 온천장을 인수함으로써 일단 현대아산은 심각한 자금난에서 탈출했다. 또 추진 중인 수학여행단 등에 대한 경비보조가 시행되면 현대아산은 줄였던 관광선을 다시 늘려야 할지 모른다. 김사장의 이번 '금강산 행'은 그런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며, 알려진 대로 오는 21일의 고(故) 정주영명예회장 1주기 추도행사를 금강산에서 갖기 위한 협상에 무게가 더 실려 있을 수 있다.

어쨌든 현대아산이 강원도 땅에서 금강산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 크던 작던 그 문제를 지자체·도민과 협의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옳다. 道의 남북강원도교류협력사업의 남북솔잎혹파리 공동방제나 남북연어공동방류 등은 궁극적으로 현대아산의 금강산 마스터플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렇다면 금강산 오가는 길엔 하다못해 그런 이야기 몇 마디라도 나와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많은 이들이 "사실이냐"며 펄쩍 뛰겠지만 현대아산의 본사는 춘천에 있다. 현대아산은 지난 5일 창사 3주년 기념식을 서울 현대계동사옥 주택문화센터에서 갖더니, 며칠 전 대한상의 조찬 모임에서는 김사장이 "본사를 금강산으로 옮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현대아산이 강원도를 어떻게 보며,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예이다. 형식적으로 갔다 놓았다 하더라도 본사가 도내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현대아산은 도민에게 애정을 보이고, 금강산 사업에 대한 응원을 요청할 이유가 된다. 무엇보다 이제 현대아산은 이 사업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때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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