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轉作)보상제는 정부가 쌀농업 안정을 위해 지난 해 말 발표한 종합대책중의 하나로 쌀의 감산(減産)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심을 경우 소득이 감소된 것만큼 정부가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2003년부터 예산을 세워 본격 전작보상제를 실시하되 올해는 농안기금과 축산발전기금 등 약 200억원을 활용해 5천㏊정도의 한계농지를 대상으로 전작보상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전국의 쌀재배 면적 108만3천㏊에 비하면 0.5%도 채 되지 않는 면적이어서 쌀 감산을 유도하는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 의문이지만 쌀 증산정책을 포기하고 감산정책으로 돌아서는 농정의 전환 정책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막상 농민들의 전작의향을 조사한 결과 정부의 정책과는 달리 농민들이 전작보상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 제도가 본격 시행되는 내년 이전에 적절한 보완책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횡성군의 경우 8천300여 농가 중 28개 농가(7.9㏊)만이 전작의향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고 도내 전체에서 전작 면적은 70㏊도 되지않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비록 시범적인 시행 성격을 지녔다고는 하지만 정부의 전작보상제가 농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과학영농 기계화영농으로 쌀의 생산량은 계속 늘어나고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재고량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비축미의 수준을 넘어선 쌀재고량이 마침내 쌀값 하락을 부채질해 농촌경제가 불안해지자 정부는 쌀농사를 안정시키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전작보상제는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공공비축제 농가 소득보전제와 함께 쌀농사 안정 종합대책의 뼈대를 이루는 정책이다. 그렇다면 이 전환적 제도를 농민들에게 소상하게 설명하고 정부제도에 대한 농민의 신뢰를 이끌어냈어야 한다. 아무리 그럴듯한 제도라도 당사자인 농민들의 신뢰와 호응을 얻지 못하면 공론에 머물어 겉돌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농민들이 전작보상제를 기피하는 이유는 전작 작목이 콩으로 한정돼 있고 보상기준 등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데다 전작대상도 기계화 농사를 할 수 없는 논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해마다 벼농사를 짓던 논에 다른 작물을 심을 경우 쌀 값에 상응하는 소득을 정부가 어느 수준까지 보상할 것인지 분명한 약속이 없으니 농민들로서는 선뜻 전작의향을 밝히기 어려울 것이다. 정책만 있고 구체적 시행지침이 없으니 일선 농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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