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기춘·시인

 효는 모든 행실의 근본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기관·단체 및 지역사회에서 지역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나름대로 준비한 행사가 많은 관계로 연로하신 부모님들의 모습을 거리에서 자주 볼 수 있어 좋다.
 흔히 우리는 효에 관한 내용이 나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가 '반포지효(反哺之孝)'이다.
 '새끼 까마귀는 어미가 먹이를 물어다주면서 키우다가 어미 까마귀가 늙어 먹이사냥을 하지 못하게 되면 다 자란 새끼 까마귀가 늙은 어미 까마귀를 먹여 살린다'는 뜻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자식들로부터 버림받아 거리의 노숙자가 된 부모들이 얼마나 많으며 심지어 자식과 며느리로부터 매를 맞고 모욕을 당하는 부모 또한 얼마나 많은가.
 더 나아가 동남아 등 가까운 이웃 나라에 효도관광을 빙자하여 모시고 갔다가 이국 땅에 버리고 오는 용서받지 못할 불효를 저지르고 있으니 이 얼마나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인가.
 지금 우리 사회는 전체 인구의 10%를 넘어선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들이 갈 곳도 친구도 가족도 없어 끝내 고독한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여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허망하게 삶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오늘의 현실 앞에 자식된 우리는 모두 죄인의 심정이다.
 지난 5월 8일은 52번째 맞은 어버이 날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부모님 없이 처음 맞는 어버이날인 관계로 아침부터 마음이 무겁고 슬펐다.
 직장일과 대학 강의를 마치고 열시가 넘은 밤늦은 시간에 고향 선산에 모신 부모님 묘소를 찾았다.
 묘소 주변에는 아름다운 철쭉꽃이 불효한 자식의 몫을 대신하고 있어 가슴이 저려왔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너의 하나님 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는 성경 속 십계명이 생각나며 부모님 생전에 자식의 도리 다하지 못한 죄책감에 밤하늘을 쳐다볼 수 없었다.
 영국의 석학 토인비는 지난 70년대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난 뒤 한국의 효행과 대가족제도는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겨야 할 가장 아름다운 문화유산이라며 우리나라의 효 문화와 대가족 문화를 극찬하며 눈물 흘렸다는 일화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깨닫게 하는 바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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