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창성 편집부국장 겸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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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4월 13일 강원도청 신관 회의실. 김진선 도지사와 WTC 에너지그룹 노기헌 대표는 춘천시 삼천동 일원 3만여 평에 국제수준의 복합 다기능 컨벤션센터를 포함한 39층 규모의 '세계무역센터(WTC) 춘천'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협약식에는 우리은행, 하나은행, 금호건설, 두산산업개발 등의 관계자들도 배석해 2009년 10월 컨벤션센터 완공을 확약했다. 당시 WTC 그룹의 관계자는 "이번 사업의 가치와 확신성은 강원도와 춘천의 발전 잠재력을 세계가 인정한 것으로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또 "세계무역센터 유치에 나섰던 부산, 충남, 인천을 제쳐두고 춘천을 선택한 것은 현재의 강원도가 개발초기의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같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WTC 준공 후 오는 2010년 세계무역센터 아시아·태평양회의와 세계무역센터협회 세계이사회를 개최키로 했다"고 소개까지 했다.
 2007년 4월 11일 강원도청. 김진선 도지사, 이광준 춘천시장, 박세훈 강원도개발공사 사장은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 지사는 이날 "WTC 에너지그룹과 춘천에 건립키로 한 'WTC 춘천' 사업을 철회하고 다른 사업자를 선정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춘천시가 유치한 2010 세계레저총회 개최에 지장이 없도록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간투자 방식이 어려울 경우 강원도개발공사가 춘천 G5 프로젝트와 연계해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07년 6월 18일 춘천시청 브리핑룸. 이건실 춘천시의장은 A4 용지 2장 분량의 성명서를 읽어 내려갔다. '성 명서. 도지사는 '춘천 컨벤션센터'건립을 책임져라! 지난해 4월 도지사는 춘천의 국제적인 행사유치를 위해 도가 컨벤션센터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해 5·31 지방선거 이후 이렇다 할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다가 도의회 감사에서 문제점이 제기된 바 있으며, 이에 대해 도지사는 WTC 양해각서가 실현성이 없는 부실한 내용이라는 것을 시인하고…, 컨벤션센터 건립은 2010년 월드레저총회에 차질이 없도록 도에서 책임지고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럼에도 예상됐던 문제들을 이유로 지난 12일 컨벤션센터 사업을 춘천시에 이관하겠다고 하였다. 이는 책임을 춘천시에 전가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의장은 이어 "춘천 컨벤션센터는 도지사가 책임을 지고 건립하라! 2010 월드레저총회 일정이 촉박한 바 확실한 추진계획을 즉시 수립하고 춘천시와 협의하라! 컨벤션센터 건립의 책임전가 또는 확실한 수립계획의 공표지연에 따른 책임은 도지사에게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되는 모든 문제는 도지사에게 있음을 천명한다!"고 선언하고 자리를 떴다.
 지난해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춘천시가 혁신도시 유치경쟁에서 탈락한뒤, 춘천시민들의 소외감과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급부상했던 지역개발 대형사업 가운데 하나가 도가 주도했던 '세계무역센터(WTC)춘천' 건립이었다. 발표당시 규모 39층, 고용창출 7000명, 생산효과 3000억원이라는 장밋빛 전망은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후 1년 2개월. 도와 춘천시는 휴지조각이 돼버린 빛바랜 'WTC 춘천' 건립계획을 놓고 서로 불신을 드러내며 갈등하고 있다. 마침 지난 18일 오후 춘천 평생교육정보관에서는 춘천지역 중·고생들이 모여 '춘천시의 미래, 그 전망과 대책'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그들의 눈에 비친 춘천의 오늘과 미래에 대한 진단과 처방은 날카롭고 무서웠다. 토론회장을 나서며 표를 좇아 오늘은 이 계획을, 내일은 저 계획을 터트리는 위정자들의 얼굴과 당찬 한 중학생의 얼굴이 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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